인재양성(人材養成)이란 무엇인가?
자녀교육은 참 어렵다. 자녀는 부모를 닮는다곤 하지만, 좋은 것은 닮지 못하고, 좋지 않은 것만 닮아 보일 때도 있다. 또한, 부모가 갖지 못한 좋은 점을 자녀가 가지고 있는 예도 많다. 인재는 타고나는 것이고, 스스로 되는 것이지 가르친다고 되는 것은 아니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사회적 성취를 많이 이룬 부모여도 자녀교육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오은영 박사가 진행하는 <금쪽같은 내 새끼>라는 프로그램도 자녀를 키우고 교육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보여준다. 금쪽같은 내 새끼를 인재로 양성하는 것도 어려운데, 지역문화를 살리는 인재양성이란 또 무엇인가? 이 문제는 만나면 만날수록 어렵게 느껴진다.
인재양성 정책 혁신 방안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인재(人材)’는 어떤 일을 잘 해낼 수 있는 능력과 태도를 갖춘 사람을 의미한다. ‘양성(養成)’은 실력이나 역량, 태도 등을 길러내어 발전시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인재양성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사람을 ‘길러내는 것’이다.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는 부족(部族)들이 자신들’이 속해 있는 ‘업(業)의 미래’를 위해 인재양성을 강조하고 있다. 반도체 분야 인재양성, 우주항공·미래모빌리티 인재양성, 바이오헬스 인재양성, 인공지능 인재양성 등을 언급하며 ‘인재양성 10만 명’을 부르짖는 곳들도 많다. 율곡 이이 선생님의 10만 양병설이 떠오른다. 교육부의 경우 올해 ‘지역을 살리는 인재, 인재로 성장하는 대한민국’이라는 슬로건 아래 대통령이 참석한 제1차 인재양성전략회의(2023.2.1.)를 했다. 여기에서 ‘지역’의 의미는 첨단분야 인재양성을 지역대학 지원을 통해 ‘글로컬 대학×첨단분야 인재양성’ 전략체계를 의미한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고, 국가적 차원에서 인재양성 정책 자원은 상대적으로 ‘첨단분야’에 선택과 집중이 이루어지고 있다. ‘인재양성’이라는 말의 이면에는 미래에 대한 불안과 더불어, 하고 싶은 일에 대한 꿈과 욕망이 투영되어 있다. 자녀교육에 부모의 불안과 욕망이 투영되기도 하는 것처럼, 국가 인재양성 전략은 국가의 미래에 대한 불안과 욕망이 투영되기도 한다. ‘지역×문화’를 살리기 위해 우리 부족의 자녀들에게도 좋은 교육 환경, 성장해 갈 기회의 장을 제공해주고 싶은데, 우리는 지금 잘하고 있는 것일까?
[거시적 관점에서] 우리 지역은 널리 인재를 구할 수 있을까?
영화 <천문:하늘에 묻는다>, 세종(한석규), 장영실(최민식). ⓒ롯데엔터테인먼트
인재양성과 관련하여 세종대왕, 삼국지의 유비, 조조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은 인재를 찾았고, 인재를 등용했고, 인재를 아꼈고, 인재들의 마음을 얻었다. 그래서 혼자가 아니었고, 인재들과 함께 있을 수 있었다. 평가위원으로 문화재단 등 문화예술 조직 경영평가에 참여하는 일이 종종 있다. 연구자 관점에서 바라보았을 때, 잘하는 조직의 공통된 특징이 있다. 조직의 전략과 맞물려 널리 인재를 구하고 조직에 있는 사람을 성장시키고자 하는 조직문화를 가지고 있다. 해당 조직 리더들과 인터뷰를 해보면, 인재를 찾고, 일을 통해 인재로 성장시킬 수 있는 조직문화에 관심이 많고, 구체적 실행 방안에 대해 고뇌하고 있었다. 조직문화가 좋지 않은 곳은 인재를 아끼고, 어떻게 성장시켜야 할지 그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조직 구성원의 역량을 의심하고, 주로 관리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았다. “사람이 나가요,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요.”, 인재는 인재를 만나고 싶어 하고, 인재는 자신을 품어주는 곳에 마음을 준다. 내 주변에 인재가 없다면, 내가 인재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좋지 않다고 생각되는 조직문화를 가진 곳의 경영평가 보고서를 읽고 있으면, 쳇바퀴 돌 듯 수급된 인력들이 잠시 뜻을 펼치고자 갈아 넣었던 피와 땀의 결과물을 마주하게 된다. 이 결과를 만들어 두고, 이곳을 떠났던 인재들의 마음을 생각해보게 된다.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말을 문서를 바라보며 하지만, 이 말을 전할 사람을 만날 수는 없을 때가 많았다.
‘지역×문화’를 얘기할 때, 우리는 지역의 고유성을 얘기할 때가 많다. 지역이 다 다르고, 지역적 특성이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이런 질문은 해봐야 한다. 우리 지역은 우리 지역에서 태어나지 않았어도, 우리 지역에서 학교를 졸업하지 않았어도, 우리 지역의 어투를 사용하지 않아도, 인재라면 등용하고, 인재라면 아끼고, 인재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지역 문화적 토양을 갖고 있을까? 우리 지역이 인재를 바라보는 마음은 세종의 마음을 갖고 있을까? 그 마음이 없다면, 인재를 양성해도, 인재는 등용되지 못할 것이고, 뜻을 펼치지 못하고, 사라질 것이다. 지역별로 주장하는 우리 지역의 아름다움과 매력을 느껴 전국의 인재들이 뜻을 펼쳐보고자 해당 지역을 찾았지만, 결국은 우리 지역 사람이 아니라는 배타성으로 그 지역을 떠나는 사례는 많다. ‘지역×문화’에서 인재양성이라는 화두는 ‘양성’도 중요하지만, 편견 없이 인재를 품을 수 있는 지역적 토양의 밭갈이가 병행되어야 한다. 배타성이 가득한 토양에서 인재는 뿌리를 내릴 수가 없다. 우리 지역에 인재가 없다면, 우리 지역이 인재를 품을 토양과 태도, 역량이 부족한 것은 아닌가 반문하는 것도 필요하다.
[미시적 관점에서] ‘지역×문화’ 인재양성의 과제
2022년 지역문화아카데미 캠프 기획자의 새로운 상상, 토끼캠프 ⓒ지역문화진흥원
정부 차원에서 지역문화진흥원의 경우 <지역문화전문인력 양성 및 배치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10개 권역별로 양성기관을 지정하여 지역별 문화전문인력 양성 정책을 추진한다. 이외에도 전국에 있는 많은 광역·기초 문화재단 등을 중심으로 민간과 협력하여 인력양성과 관련된 사업을 하고 있다. 누적된 사업은 일정 부문 성과가 있었고, 지금도 많은 조직에서 해당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사업을 실행하고 있다. 미시적 관점에서 인재양성의 방법론에서 향후 개선해 가야 할 과제는 무엇일까?
“박사는 따는 게 아니라, 되어가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일 중의 하나는 학생들과 논문을 교신하는 일이다. 독립된 연구자로서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 하는 일은 큰 기쁨이 있다. 인재양성 관점에서 대학원 과정의 핵심은 자신의 연구를 직접 해보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서서히 석사, 혹은 박사가 되어간다. 학위를 따서 석·박사가 된 것이 아니라, 연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여러 번 무너지는 시간을 통과하면서 석·박사가 되어간다. 이때, 각각의 연구자는 자신의 전문분야를 정립해 간다.
‘지역×문화’가 인재를 기를 때, ‘문화기획자’ 양성 등으로 묶기에는 그 분야가 매우 다양하다. 의사를 양성한다고 해도 결국 전공의 과정을 지날 때는 전문분야를 선택한다. 결국, 전문적인 의사가 되어가기 위해서는 ‘되어가기 위한’ 수련과 경험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의술뿐 아니라 태도와 마음가짐도 수련해야 한다. 책만 많이 본다고 의사가 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문화기획도 특정 분야를 중심으로 기술과 태도, 마음가짐을 함께 수련하면서 좋은 문화기획자가 되어가야 한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수술장면 ⓒtvN
문화인력 양성 전문가인 김정이 선생은 많은 문화기획 양성과정이 강의, 멘토링, 현장방문 구성에 머무는 ‘체험형 양성기획’에 머물러 있다는 문제의식을 보여준다. 그래서 문화 분야 전문가로 되어갈(becoming) 수 있는 경험 설계를 강조한다. 1)
의사를 체험해본다고 의사가 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문화기획을 체험한다고 문화 전문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 문제는 필자가 이 글을 통해 문제의식을 던지기만 하는 입장이 아닌, 학부 과정 인문문화예술 기획전공 학생들을 만났을 때, 마주하는 나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래서 시도해보려 하는 방법론은 ‘과제를 주고, 이를 해결해보는 양성과정’을 설계해보는 것이다. 가령 20억 원이 있다고 가정하고, 문화예술을 통해 지역의 고립감, 외로움 지수를 낮춰 볼 수 있는 사업을 직접 설계해보라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본인이 설계한 사업에 참여하기 위한 ‘지원 양식’에 직접 지원서를 작성해보는 경험도 겪어보게 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문제해결을 위해 갈증을 느끼는 부분은 리서치를 하게 되고, 토론과 고민은 쌓여간다. 지역문화 현장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과제를 인재양성 과정에 던져보고, 상황에 따라 퍼실리테이터, 사수, 동료, 선생의 역할을 함께 해보는 것이다. 작은 단위로 구체적인 사업을 직접 실행해보는 경험 설계를 어떻게 만들어보면 좋을지도 고민하고 있다. 이를 더 고도화하기 위해서는 지역문화 분야에 있는 전문조직과 전문가들의 조력이 필요하다. 인재양성 인프라가 갖춰진 지역대학과 민간부문, 그리고 예산을 수반한 정부 기관이 어떻게 이 문제를 협력할지 마주해야 한다. 그리고 ‘지역문화 인재양성 전문 과정’을 함께 고도화하여 실행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자신을 스스로 도우며, 지역의 인재가 되어가고 싶은 사람들을 우리는 함께 길어내야 한다.
지역은 인재를 기르고, 인재는 좋은 지역문화를 만든다.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 가면 ‘책은 사람을 만들고, 사람은 책은 만든다.’라는 글귀가 있다. 우리 지역은 인재를 품고, 인재를 아끼고, 인재를 성장시키고, 인재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인재들이 지역 깊숙이 들어와 진짜 지역의 인재가 되어가는(becoming) 과정을 우리 지역은 만들어 갈 수 있을까? 지역이 인재를 품고, 길러낼 수 있으면 지역을 살릴 수 있을 것이고, 인재를 점점 잃으면 지역문화는 점점 퇴보할 수밖에 없다. 자식 농사는 어렵다고 한다. 지역의 인재 농사는 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마주해야 하는 문제이다. 지역이 인재를 품고 기르면, 인재는 다시 좋은 지역과 문화를 만들 것이다. 인재는 귀하고,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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