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 2023 여름호_짚다
짚다 : 펄떡이는 로컬 현장의 맥을 짚습니다
‘할많하않’은 이제 그만할래요
불쑥 질문이 들어왔다. “그거 아세요? 동두천으로 드나드는 지하철이 출퇴근 시간대를 제외하면 한 시간에 평균 2~3대밖에 없다는 거요?” “정말요?” 서울 강북 지역을 서쪽에서 동쪽으로 가로질러 환승하며 방금 지하철 지행역에 내렸지만, 미처 의식하지 못했다. 한 시간에 열차가 2대였다고? 뻑 하면 서울 종로로 소환해 만났던 동두천 토박이 후배가 실은 생불(生佛)이었던 거다.
먼 길 온 손님을 기다리는 건 얼음 동동 차가운 아이스커피 한 잔. 그리고 두 명의 동두천 문화기획자였다.
지역문화진흥원에서 진행한 지역문화전문인력 지원사업에 참여한 인연으로 만난 경기 북부 지역 기획자 장성빈 씨와 정다운 씨는 각각 5년 차, 3년 차의 젊은 기획자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로부터 동두천은 소외지역이다. 소요산으로 가는 길목, 미군 기지가 있었던 곳 정도로만 알고 있는 동두천에 굳이 방문할 일이 없었던 것인데, 지금 눈앞에 동두천이 너무 좋아서 할 말이 엄청 많다는 두 문화기획자를 마주한 상황이 무척 생경하고도 두근거린다. 예감이 좋다.
동두천 문화예술플랫폼 사업을 통해 서로를 알게 되었다는 문화기획자 장성빈 씨(왼쪽)와 정다운 씨(오른쪽)를 동두천 버섯책방에서 만났다 ⓒ천소현
‘할 말 있어요!’라는 말부터 연습하기
30년 가까이 동두천 토박이로 살고 있는 정다운 씨는 동두천에 대한 시각이 다른 20대 또래와 좀 다르다. 동두천에 살고 있는 젊은 세대들이 보통은 지역에 살면서 누적되는 불편과 소외감 때문에 ‘탈(동)두천’을 바라지만, 정다운 씨는 오히려 그 반대다.
“동두천이 낙후되어서 떠나고 싶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동두천 토박이인 어머니는 이렇게 강이 흐르고, 산이 버텨주고 있는 지역이 많지 않다고 하셨어요. 저도 같은 생각이고, 늘 좋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죠. 그래서 의문이 들기 시작했죠. 떠나고 싶다는 말 대신 다른 이야기를 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요.”
‘탈두천’을 반박하는 이 작은 질문이 그를 이끈 곳이 소위, ‘지역문화 판’, ‘생활문화 판’이었다. 아직은 20대, 장성빈 씨의 표현을 빌리자면 ‘맑고 순수하고, 독특한 개성이 넘치는’ 정다운 씨는 동두천에 대한 지치지 않는 열정을 가지고 있다. 생활문화플랫폼 사업, 생활문화공동체 활성화 사업 등에 참여하면서 경험을 쌓고, 지역의 다른 기획자와 네트워킹할 기회를 얻었다. 생활문화플랫폼 사업은 가시적인 성과를 강요하는 대신 기획자들이 자생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사업이라 마음이 편했다. 지역문화 전문인력 양성사업에 참여한 경험을 바탕으로 톱니팀(정다운, 조은지, 황소연) 팀원들과 함께 경기북부작은연구사업에 지원해서 연구(시민기획자 관점에서 본 지역문화예술기획자 양성과정에 대한 분석연구)를 수행하기도 했다. 전공인 일러스트를 살려 그림, 뜨개질, 독서모임 등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관련 프로그램을 기획해서 진행하고 있다. 동두천과 의정부에서 각자도생 중인 기획자들과 연대해 함께 깊이 있는 목소리를 내는 시도도 하고 있다.
동두천 토박이지만 지역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질문을 던지고 있는 정다운 기획자 ⓒ정다운
2021년에 의정부문화재단에서 보조기획자로 참여한(왼쪽 맨 아래) ‘옥상에 앉아 의정부를 그리다’ ⓒ정다운
일러스트 작가이기도 한 정다운 씨는 미술, 독서모임, 뜨개질 등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활동을 기획하고 있다 ⓒ정다운
“사람들이 아직 자기가 동두천을 사랑하고 있다는 걸 모르는 게 아닐까요. 자기 지역인데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잖아요. 그런데 한정된 단어만 사용하면 자기 감정도 잘 모를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기획자의 역할이 이런 감정의 표출을 손잡고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정다운 씨가 꽂혀 있는 기획은 ‘사랑 그 잡채’다. 여성 3명으로 이뤄진 팀에서 사랑을 화두로 많은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다. 그야말로 ‘사랑이 뭔데?’라는 질문을 통해 고정된 생각에서 벗어나 각자가 느끼고 생각하는 사랑에 대한 감각의 지점을 발견하고 그것을 표현해 보고 싶다. 강요된 생각이나 선택이 아닌 자기 자신의 답을 찾는 것은 정다운 씨의 인생에서도 항상 중요한 화두다.
동두천에서 사라지지 않고 살아가기
동두천에서 문화적 도시재생 코디네이터, 마을활동가도 활동했던 장성빈 씨는 2020년 지역문화진흥원의 지역문화인력 지원사업에 참여했다. 동두천생활문화센터(동두천문화원)에서 일하는 동안 ‘길에서 나를 만나다(부제: 스-스-스)’라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했다. 처음으로 도전한 개인 기획 프로그램이었기에 자신의 이름을 딴 ‘성빈루트’를 함께 걸었던 기억이 각별하다. 걷기 외에도 어반 스케치 등을 하면서 소그룹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이었는데, ‘그 자리에 있던 모두의 눈가와 마음이 뜨거워지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마음을 털어놓고 눈물을 쏟았던 부부의 회복을 목격하면서 기획자로서 나아갈 방향을 결정했다.
자연이 주는 회복의 힘을 직접 경험한 장성빈 기획자 ⓒ장성빈
생활문화 축제에 도농문화공동체 바구니 단체로 참여 중인 장성빈 씨 ⓒ장성빈
“처음 문화기획 일을 시작할 때 공모사업의 폐해를 많이 봤어요. 사업을 헌팅하거나 예산만 따가는 일들이 많았죠. 청년들을 쉽게 지원해 주다 보니 이삼천만 원이 이삼천 원처럼, 그렇게 되어 버리더라고요. 위험하다 싶어졌죠. 회의적인 생각이 생겼을 때쯤 길을 걸으면서 나를 만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사람들과 함께 걸으면서 내 이야기를 나누고, 지역과 내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도 가지고 싶었어요. 동두천은 도시지만 시골 같아서 자연과 가까이 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는 곳이에요. 그 자연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면서 회복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수도권 베드타운이라는 이유로, 동두천의 자연은 너무나 쉽게 훼손되고 있다. 생뚱맞고 크기만 한 주거단지가 들어서는 일은 경기도 전역에서 흔한 일이다. 소요산 아래 작은 마을도 그랬다. 새로운 주택단지가 들어섰지만, 주변에는 문화시설은 물론이고 마땅한 교육시설도 없었다. 방과 후 아이들이 마땅히 갈 곳도, 안전하게 놀 곳이 없었다. 그래서 만들어진 소요산마을학교는 23명의 아이를 돌보는 공동체가 되었다.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장성빈 씨는 소요산마을학교에서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아이들을 돌보는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면서 밝은 에너지를 얻고 있다.
직접 씨앗을 뿌리고 식물을 거두는 텃밭 활동은 일이 아니라 생활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즐거운 시간이다 ⓒ장성빈
장선빈 씨는 양주의 사회적기업 ‘티우’에서 일하며 옥상정원, 텃밭 등을 가꾸며 토종씨앗 보급 활동을 하고 있다 ⓒ장성빈
장성빈 씨는 현재 양주시에서 사회적기업 ‘티우’에 몸담고 있다. 로컬 콘텐츠를 만드는 티우는 교육 서비스, 도시재생, 공간전시 등을 제공하는데, 토종 씨앗의 가치를 알리고 문화로 확산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일에 몰두하기를 좋아하는 장성빈 씨는 문화콘텐츠 회사에서 좋은 동료들과 함께 일에 대한 애정을 쌓고 있다. 옥상정원도 가꾸면서 균형 있게 살 수 있어서 일이라고 느끼지 않고 생활이라고 느껴질 정도다.
“회사의 슬로건이 ‘사라짐에서 살아짐으로’인데요, 저의 화두도 비슷해요. ‘본연으로의 회복’이 가장 중요하고, 뿌리에 중심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획자로 활동하면서 그 베이스에는 항상 문화가 있어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고요. 개인적으로 힘들었을 때 문화예술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저는 인간이 태어날 때 엄청 훌륭한 감각과 예술성을 가지고 태어난다고 생각해요. 살면서 꺾이는 것뿐이죠. 갇힌 프레임을 없애버리고 감각과 마음을 다 표현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조금 가난해도 끝까지 심미적 인간으로 살고 싶어요.”
소외조차 소외된 동두천에서 산다는 것
각자의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동두천의 지역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자 두 기획자의 고민은 한 줄기로 합수했다. 정성빈 씨는 특히 동두천 턱거리마을 주민들을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수집하는 프로젝트에서 마음이 여러 번 무너져 내렸다. 턱거리 지역은 1954년 미군부대 캠프 호비의 주둔으로 생겨난 기지촌이다. 유흥가 종사자와 군무원 등 미군을 상대로 먹고사는 사람들이 모이면서 크게 성업했지만, 미군 감축 이후에는 급속도로 낙후되기 시작했다. 여전히 턱거리마을을 지키고 있는 할머니들의 이야기는 한결같이 기구하다. 자신의 이야기를 숨기거나 표출하지 못한 채 병을 앓고 있는 할머니들의 이야기가 동두천과 닮았다. 이야기를 듣는 동안 장성빈 씨는 이들의 삶이 자신과도 연결되어 있다고 느꼈다. 자기 삶이 동두천과 닮았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복잡한 감정에 휩싸이게 했다. 삶의 조건을 제약하는 동두천의 대물림은 과거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동두천 턱거리마을은 기지촌의 흥망성쇠를 거쳐 낙후 지역이 됐다. 텃밭을 가꾸고, 그림을 그리며 기억하고 회복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다 ⓒ장성빈
지역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들의 삶이 동두천과 닮았다고 느껴진다 ⓒ장성빈
“남자애들은 공장에서 일하는 것보다 클럽이나 술집에서 손쉽게 돈을 벌어요. 그걸로 투기도 하고, 술과 담배에 더 빠져 살다가 결국 유흥업소의 사장이 되기도 해요. 관광특구니까 세금도 안 내고 돈 벌기가 쉽거든요. 문제는 동두천에서 건강한 일자리를 찾기가 어렵다는 거예요. 관공서에서 일하거나 부모님의 일자리를 물려받는 경우가 아니라면, 일자리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가죠. 남은 친구들은 일을 못 찾고 허송세월하는 경우도 많이 봐요.”
시기는 다르지만 동두천생활문화센터에서 근무했던 정다운 씨는 2021년에는 동두천의 난민 문제를 들여다보는 펭귄박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2019년 동두천 보산동에 가톨릭난민센터 개소를 두고 벌어진 선주민과의 갈등이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2021년 기준으로 경기도에 거주 중인 난민이 1만 1,000여 명, 그중 700여 명이 동두천에 살고 있다. 미군 부대에서 파생되는 일자리 등을 이유로 경기도에 살고 있는 이들의 국적은 서아프리카. 라트비아, 나이지리아, 러시아 등 다양하다. 하지만 지역에서 이런 사실을 알고 있거나 주목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오랜 시간, 다양한 사람들의 바쁜 이주와 정착이 이뤄졌던 동두천, 한국전쟁과 산업화, 신도심 개발 구도를 거친 동두천 시민들은 저마다의 일을 위한 일을 하며 생활이 아닌, 생존을 했다. 그 일련의 시간을 산 동두천 시민들에게 ‘공존’은 오히려 낯설다. 누군가를 경계하고 차별해야만 생존했던 시기였기에.
- 펭귄박스 프로젝트 vol.2. 소개글 중 인용-
펭귄박스 프로젝트 전시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는’의 포스터 ⓒ정다운
그림 편지를 통해 후주민 아동과 그림으로 소통할 수 있었다 ⓒ정다운
펭귄박스 프로젝트를 함께 한 6명의 기획자들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펴냈다 ⓒ정다운
주민과 그림 편지로 소통하기 위해 펭귄 모양 박스를 제작했던 펭귄박스 프로젝트 ⓒ정다운
정다운 씨는 펭귄박스 프로젝트에서 선주민과 후주민의 문제를 함께 이야기해 보고 싶은 6명의 활동가(펭귄)를 모아 정기적인 모임을 가졌다. 그 결과물로 프로젝트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묶어 인터뷰집을 펴냈고,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전시>라는 이름으로 전시를 진행했다. 물론 이런 시도들이 큰 반향을 일으키거나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다. 여전히 많은 사람이 난민 문제에 무관심하거나 아예 모른다. 하지만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부터가 지금 동두천에 필요한 액션이라는 것이, 다운 씨의 생각이다.
“문화소외지역인 것도 사실이고, 여러 가지 불편함과 결핍이 있는데, 그 문제를 인식했지만 어떻게 말해야 할 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사실 저는 ‘1호선 연구회’라는 걸 만들어 보고 싶어요. 1시간에 열차가 2대밖에 없는데, 화를 내거나 그냥 넘겨 버리는 것이 아니라 ‘이것이 문제다’라고 말하고 싶은 사람들이 분명히 어딘가에 있을 것 같거든요.”
중요한 건 버티는 힘, 지지 마라, 잘 살아라.
문화기획자에게도 동두천의 환경은 척박하다. 변변한 사회적기업도 없고, 공모사업이 있어서 도전하는 사람들이 적다. 두 사람은 서울시 동북권역 마을배움터 심한기 센터장으로부터 경기 북부와 경기 남부가 다르다, 시민이 주도하는 생태계 자체가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크게 공감했었다. 새로운 것을 경계하는 마음이 크다는 것이, 두 젊은 기획자가 피부로 느끼는 동두천 지역문화 기획판의 분위기다. 하지만 두 기획자가 그리는 판은 다르다.
문화 시설은 물론 서점조차 귀한 동두천에 정다운 씨는 버섯책방이라는 중고 서점 겸 작은 아지트를 마련했다 ⓒ정다운
자신이 좋아하는 책들을 큐레이션했다. 기획자들이 편안하게 모여서 작당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정다운
정다운 씨는 뭔가 정답이 있는 것처럼 흘러가는 판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길을 걷기로 했다. 변변한 독립 서점 하나 없는 동두천에 직접 문화공간을 확보하고 싶어서 중고 서적을 판매하는 ‘버섯책방’을 오픈했다. 6월 오픈을 앞둔 그녀의 각오는 파격적이었다. “전 아예 빨리 다 망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홀가분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뭔가를 바라면 원하는 일을 지속하기가 어려워질 것 같다는 설명에 의거해 다시 해석하면 남의 답을 내 것으로 받아들이거나 수익에 연연하거나 끌려다니고 싶지 않다는 뜻이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이 잃을 것이 없는 사람이 아닌가. 망하기를 각오했으니 어떤 시련이 와도 포기할 리 없다.
장성빈 씨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저는 공동체건 뭐건 업(業)으로 할 수 있어야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망하면 큰일 나죠. 제가 엄마라서 그런가 봐요. 사람이 먹고 살 수 있어야 하니까요.” 기획자로 잠깐 공백기를 가지면서 그녀는 기획을 잘하기 위해서 기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공동체도 마찬가지다. 수익 활동이 없으면 그냥 ‘수다방’이 되어버린다. 몸담고 있는 '티우'도 '사회적 기업 인증을 받고 다른 사회적기업을 도우며 성장하고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싸우는 힘이 아니라 버티는 힘, 포용할 수 있는 힘인 것 같아요. 지역이 좁고, 지역 활동가의 판은 더 좁죠. 하지만 고통받는다고 도망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아줌마라는 단어가 좋거든요. 중성적인 힘이 느껴지잖아요. 더 단단해지는 것 같아요.”
소요산마을학교는 방과 후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 형성된 공동체다.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며 밝은 에너지를 얻고 있다. ⓒ장성빈
‘사라짐에서 살아짐으로’를 함께 고민하고 실천하는 사회적기업 ‘티우’의 동료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즐겁다 ⓒ장성빈
인터뷰를 마치고 다시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의정부에서 다른 기획자들과의 만남이 있다며 함께 열차에 탄 정다운 씨가 ‘동두천 스타일’에 대해 말했다. “사실 저는 경기 북부라고 뭉뚱그려 표현하는 것도 싫어요. 자세히 보면 동두천, 양주, 연천이 다 다르니까요. 동두천 아이들이 옷도 멋지게 잘 입고, 문신을 한 경우도 많고 그래요. 저는 그들이 유행보다 더 세련되었다고 생각해요. 생각해 보면 동두천 친구들만의 스타일이라는 게 있는 것 같아요.”
그랬다. ‘강남스타일’이라는 게 있다면 ‘동두천스타일’이 왜 없겠는가. 주류 문화 혹은 선망하는 문화가 아니더라도 지역에는 그들만의 문화가 존재하고 있다. 이 젊은 기획자는 건강한 촉수를 달고 아주 마이크로한 감각으로 지금껏 있는 줄도 몰랐던 동두천의 문화를 감지하는 중이다. 서로가 서로를 응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저는 사람들이 선택하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어요. 모든 선택의 순간에 ‘나 자신’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게 진짜 자신의 마음인지를 알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고 싶어요. 그리고 말하고 싶어요. ‘잘 살아라. 지지 마라.’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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