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 2024 신년호_현장의 맥을 [짚다]
짚다 : 펄떡이는 로컬 현장의 맥을 짚습니다
문화도시 충주만의 ‘애매모호’한 힘
충주는 서울과 가까운 충청북도의 도시이자 우리나라 중심에 위치한 중원도시다. 고구려, 백제, 신라 삼국이 각축전을 벌인 군사적 요충지였고, 서울과 부산을 있는 교통 중심지였다. 배를 타고 가면 충주에서 서울까지 이어져 한강 물류의 중심지로 번성하던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1908년 청주로 도청 소재지를 옮긴 이후 충북의 2위 도시가 되고 말았다. 태껸, 고대 삼국시대에 활동한 음악가 우륵, 아름다운 충주호 정도로만 기억된다.
이런 충주에 재미난 바람이 불고 있다. 요즘 충주는 주목받는 문화도시로 변화 중이다. 2022년에는 충청도에서 유일하게 제5차 ‘대한민국 문화도시’ 사업에서 예비 문화도시로 선정됐다. 충주가 문화도시로 발돋움할 수 있던 데에는 중원 문화 중심지로서의 역사와 지리적 특징이 한몫했다. 더불어, 로컬 크리에이터들과 문화예술가들이 꾸준히 활동하여 건강한 문화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꾸준히 지원한 지역 공공기관의 힘이 크다. 문화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며 도전하고, 그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간 시간이 드디어 빛을 발하고 있다.
충주중원문화재단 : 백인욱 이사장, 충주시청 석미경 문화체육관광국장, 충주중원문화재단 기획처와 문화도시센터팀. ⓒ충주중원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
청주가 아니고 충주입니다
충주시문화회관에 위치한 충주중원문화재단에 도착하자 문화도시센터 신재민 팀장(이하 신 팀장)은 사진을 넣은 환영 포스터로 방문자를 맞이한다. 이제껏 숱한 인터뷰를 하면서 ‘이런 환대를 받아 봤을까?’ 싶을 정도다. 신팀장은 사무실 한편에 붙어 있는 정재승 교수 환영 포스터를 보여주며 “충주를 방문하고 문화도시를 만나러 오시는 분들에게 저희가 해드리는 첫 번째 환대”라고 말한다.
충주중원문화재단은 1991년 설립된 충주시 산하기관으로 지역 문화예술 발전과 시민의 문화향유 기회 증진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중 문화도시센터는 충주중원문화재단 내에서도 가장 에너지가 넘치는 뜨거운 팀으로, 2021년 9월 문화도시 선정에 충주가 3번째 고배를 마신 뒤 신설된 별도 조직이다. 당시 축제팀을 맡고 있던 신 팀장은 코로나 팬데믹 시기 탓에 축제를 준비할 수 없어 문화도시센터까지 맡게 되었다. 그러다 2022년부터 문화도시 TF팀으로 4명의 팀원과 함께 시작하여 지금은 총 10명이 함께 문화도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저희만의 환영 방법은 충주라는 도시가 가진 지리적 특성과 지금 충주의 인지도에 대한 반대 작용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청주는 다 알아도 충주는 사람들이 잘 모르거든요. 그래서 저희를 보러 오시는 분들에게 충주에 대한 좋은 기억을 드리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청주 아니고 청주입니다’라니! 이렇게 재미있는 발상의 사업명이 또 있을까. 보통의 사업이라면 장점을 하나라도 더 부각하려 했겠지만, 충주의 단점을 오히려 부각한 솔직함이 인상적이었다.
“충주를 아는 분들이 너무 적어요. 그래서 저희 문화도시센터는 우리 도시를 알리기 위해서 언제 어디서나 ‘핵인싸’가 기본입니다. 어딜 가더라도 사람들과 친해지고 그들에게 저희의 에너지를 전하고, 그래서 충주라는 도시를 떠올리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도록 만드는 걸 저희의 기본 미션으로 삼고 있어요.”
마침 내린 첫눈을 보고 문화도시센터로 들어가자 모두가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네고, 접시 한가득 간식을 내놓았다. 딱 봐도 어느 것 하나 같은 게 없는 간식들로, 충주에 위치한 60여 개의 상점에서 직접 공수해온 것이라고 한다. 모두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상점이었고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상품은 볼 수 없었다. 간식 하나에도 충주만의 이야기를 전하려는 마음이 엿보였다.
“저희 문화도시센터에 오시는 심의위원분들은 오실 때마다 이번 간식은 뭘까? 기대하실 정도예요. 덕분에 저희도 우리 동네를 알아가고, 다른 동네 사람에게 우리 충주를 알릴 기회가 되고 있어요.”
충주중원문화재단 : 방문자를 환영하는 포스터를 제작해 선물한 문화도시센터팀. 지역문화진흥원 이정진 주임. ⓒ김준영
충주국제문화도시포럼 : 2023년 10월 26일, 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 국원관에서 열린 포럼, 토론 중인 신재민 팀장. ⓒ충주중원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
지역에서 문화기획자로 살아남기
신 팀장은 여수, 경주, 포항을 거쳐 충주로 왔다. 여수에서는 대기업 재단의 공연장 홍보와 교육을 맡았다. 경주에서는 공연을, 또 포항에서는 축제를 기획하며 기업과 공공기관에서 폭넓은 경험을 한 베테랑 문화기획자다.
“원래 서울의 극단에서 공연 기획을 하다가 잠시 그만두고 지방으로 내려갔어요. 2년 뒤에 다시 극단으로 돌아가기로 했지만 그럴 수 없었어요. 서울에는 실력 있는 기획자들이 너무나도 켜켜이 쌓여 있거든요. 하지만 지역에서는 문화기획자와 도시가 함께 성장하는 것이 보여요. 그것만큼 큰 보람과 재미도 없죠.”
그럼에도 지역에서 문화기획자로 자리를 잡는 것이 쉽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처음에는 ‘어디서 뭐 하던 사람이 왔구나, 저러다 또 다른 곳으로 가겠지.’ 하며 스쳐 가는 용역 직원으로 보기 일쑤였다. 기획자로서 사명과 가치관은 둘째 치고 도시에 대한 이해가 생기기도 전에 떠나는 기획자들이 많았기 때문에 현지 사람들이 좋은 인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이다.
“제가 아무리 기획에 대해 설명을 해도 한계가 있었어요. 그래서 사업을 하나하나 진행하면서 작은 성공들을 보여드렸고 제 편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제가 이제까지 여러 도시들에서 겪었던 경험을 충주에서 다 펼치고 있어요. 특히 실패의 경험을 이곳에서는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문화도시센터는 충주중원문화재단의 다른 팀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팀원들은 배우고 싶은 분야가 있다면 충분히 배우는데, 필요하면 컨설팅도 붙여준다. 또한 하고 싶은 사업을 팀원 스스로가 선택해 A부터 Z까지 진행하는 프로듀서형으로 사업을 운영한다.
“팀원들에 대한 생각도 크게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사회는 학교처럼 가르쳐주는 데가 아니니 스스로 할 수 있을 만큼 하고, 역량이 안 되면 어떻게든 배워서 하라’는 식이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처음 하는 일이니 모르는 게 당연하고 그동안 했던 일과 다르기 때문에 팀원들과 함께 배우면서 같이 가자는 생각이에요.”
문화도시센터에 처음 오면 일주일 동안은 공부만 한다. 당장 일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문화도시에 대한 이해가 우선이다. 이후 공부가 필요하다면 사회학자, 문화학자의 수업을 듣거나 문화센터 센터장과 같이 현업에 밝으신 분들에게 실무 이야기를 전해 듣기도 한다. 그 과정을 마치고 나면 워크숍을 하는데 이 워크숍 또한 조금은 특별하다. 이를테면, “만약 여유 시간과 돈 5만 원이 주어진다면 무슨 일부터 할 것인가?” 하고 질문을 던지는 식이다. 기획자의 입장이 아니라 향유자의 입장에서 사업을 바라보게 하는 훈련을 통해 ‘기획을 어떻게 할 것인가?’, ‘어떤 사업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하게 된다고.
또 사업을 두고 팀원끼리 드래프트를 한다. 야구에서 전력이 약한 팀이 드래프트를 통해 기량이 뛰어난 선수를 영입하고 팀 성적을 향상하는 것처럼, 문화도시센터에서는 담당자가 하고 싶은 사업을 선택해 주도적으로 진행, 서로 드래프트를 하면서 사업을 더욱 탄탄하게 만든다.
“서울에서 기획하던 기획자들은 지역에 와서도 본인의 브랜드를 계속 유지하려고 해요. 지역 사람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서포트 역할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누군가가 자신을 계속 받쳐주기를 바라죠. 지역에 대한 이해가 없다 보니 자꾸 서울과는 다른 환경이라는 핑계로 놓치는 것들이 많아요. 도시마다 고유한 특징이 있는데 그것을 서울의 언어로 풀려고 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서울에서는 깔끔하고 간결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과연 그 지역의 시선으로 바라보았는지 자문이 필요해요. 지역에서 문화기획자로 성장하려면 그곳에 머물며 도시의 현재를 공부하고, 지역의 사람을 만나며 언어를 익히는 것이 가장 우선이라고 생각해요.”
애매모호함이 충주의 매력이자 힘
신 팀장은 충주의 매력이 ‘애매모호’함에 있다고 말했다. 어느 것 하나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다방면에서 매력을 두루 갖췄고, 누구든 포용하며 어떤 상황에도 잘 대처해 모두를 융합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충주라고 했다.
“충주는 일등이나 이등의 위치에 해당하는 분야가 딱히 없어요. 인구는 1995년부터 지금까지 늘 20만 정도를 유지하고 있고요. 신도시가 생기고, 새로운 산업단지가 생기고, 새로운 산업들이 계속 유입되면서 늘 현 상태를 유지해요. 대부분의 지역 도시들이 인구소멸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는 조금 다르죠. 그 상황에서 이주민과 정주민 사이에서 괴리감이 생기지만 그런 일은 다른 도시도 다 가지고 있는 문제거든요.”
충주는 한반도 유일의 4국 역사 문화 자원을 소유한 천혜의 땅이다. 역사적으로 중원지역은 단일 국가의 중심으로 기능한 적이 없으며, 삼국시대에는 고구려, 백제, 신라의 변경이자 교차점이라는 특징이 있다. 이 중원 땅에서 4국 문화는 마치 비빔밥처럼 융합되어 한반도 중심 도시 충주의 번영을 이끌어왔다. 따라서 충주는 배척이 아닌 융합 문화, 상생 문화를 갖고 있다. 중원문화의 정체성을 가지되 시대에 따라 계속 변화하면서, 포용과 융합이라는 관점을 더해 다양한 시각을 갖추게 된 것이 충주만의 장점이다.
“작년 호수축제 때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 라이센스를 사서 서울 이외 지역 최초로 해외 DJ를 초청했어요. 그때까지 동네 분들이 이야기하길 아마도 세 가지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했죠. 바로 박수, 함성, 점프였어요. 감정이나 의사 표현이 애매모호한 것이 충주 사람들의 특징이라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아니었어요. 좋아하는 밴드가 나오고 유명 DJ가 나오자 똑같이 소리 지르고, 함께 점프하고, 박수를 치더라고요. 충주 사람이 특별하다고 하는데, 아니에요. 사실 우리가 모두 똑같이 애매모호한 사람들이었어요. 의외로 충주 사람들은 무엇이든지 받아들이고 즐길 준비가 되어 있어요.”
‘충주 살면, 충주사람’이라는 문화도시의 슬로건은 시민과 도시, 시내권과 시외권, 이주민과 원주민의 융합에 부합한다. 이방인을 경계하는 다른 지역과 달리, 충주에 정착하는 방법과 도시를 즐기는 방법을 공유하고 이것을 또 지역의 힘으로 만드는 것이 오늘날 충주의 모습이다.
2022 충주호수축제 월드 디제이 프리 페스티벌 : 2022년 7월 28일부터 31일까지 중앙탑 공원 일원에서 진행된 충주호수축제 중 DJ 마이크 페리가 선보인 화려한 무대. ⓒ충주중원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
충격스토어 : 2023년 6월 2일부터 10일까지 충주문화창업재생허브에서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와 충주중원문화재단이 함께 진행한 팝업스토어&pongdang(충북) 충격스토어(충주). ⓒ충주중원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
시민이 주도하는 로컬 크리에이터, 문화예술 생태계
2023년 5월 충주의 작은 마을인 선재마을에서 선재음악회가 열렸다. 우리 민속악을 세계적으로 알린 사물놀이 김덕수와 퓨전 국악그룹 앙상블 시나위가 진행하는 음악회로 벌써 열여섯 번째 행사다. 앙상블 시나위는 문화예술계에 모르는 이가 없는 명실공히 최고의 퓨전 국악 그룹으로 3년 전부터 충주에 이주해 살고 있다.
“충주가 가진 색다른 점은 문화예술과 관련된 전문가들의 실력이 매우 뛰어나고, 그 층이 단단하다는 거예요. 다들 ‘그렇게 유명한 사람들이 왜 충주에 살지?’ 하고 의아해하지만, 앙상블 시나위, 극사실주의의 거장 구자승 화가, 뛰어난 재즈 뮤지션분들이 충주에 살아요. 충주가 좋아서 말이에요. 로컬 크리에이터 신(scene)에서 충주가 주목을 받는 이유죠.”
2023년 9월 문화도시센터는 충주시와 함께 충청권역의 문화 연대 조직을 위해 도시 문화기획자와 로컬 크리에이터가 참여하는 충청포럼을 개최했다. ‘지속 가능한 로컬 생태계와 충청형 문화예술 콘텐츠 사업의 미래’라는 주제로 각 분야 전문가가 참여했다. 앙상블 시나위의 신현식 대표, 브러쉬 씨어터의 이길준 대표 등이 지역 자원을 활용한 문화콘텐츠 개발 사례를 발표하기도 했다.
“충주 로컬이 좋다고 얘기할 때 그 로컬이, 돈을 잘 버는 로컬은 아니에요. 그보다 로컬들이 스스로 운영하고 서로 이끌어주면서 자연스레 생태계가 이루어지고, 더 나아가 단단해진 것이 다른 도시의 로컬과는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어요.”
지역에서 로컬 크리에이터는 메인과 서브로 이루어진다. 서울보다 지역에서 메인과 서브의 차이는 확연하다. 충주는 3명이 함께 하나의 생태계를 만들어 보탬플러스 협동조합을 운영하고 있다. 보탬플러스 협동조합은 2021년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선정한 지역 가치 창업가로 지역 사회와 로컬 크리에이터끼리 상생 방안을 스스로 찾으며 충북을 대표하는 문화관광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저희의 역할은 로컬 크리에이터들을 끊임없이 격려하고, 호명되게 해주는 거예요. 저희가 서울에 계시는 다양한 분들을 초청해 ‘충주에선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이렇게 재미난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하고 보여드리면, 거기에 큰 흥미와 관심을 보이세요. 충주가 요즘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죠. 저희가 공고히 해야 할 일은 로컬을 키우고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에 앞장서는 게 아니라, 잘나가는 사람들은 더 호명을 받게 하고 그러지 못한 이들 역시 한 번이라도 호명을 받도록 지원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미 좋은 원석들이 있기 때문에 저희는 다양한 사람들을 그 옆에 붙여주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거죠.”
더 큰 시장, 글로벌 네트워크 확보를 위한 해외 교류
아무리 좋은 로컬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고 해도 지속 가능과 확장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다양한 경험과 충분한 시장이다. 지역 안에서 먹고살 정도가 되더라도 그 이상을 넘어서려면 한계에 부딪히기 마련이다. 더 넓은 시장이 있어야 기획도 확장이 되고, 또 다른 가능성을 꿈꾸며 기획자도 성장할 수 있다. 지역 공공이 조성 사업을 진행하더라도 그 지역을 넘어 사업을 더 키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데까지는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충주중원문화재단이 로컬 크리에이터의 지속적인 성장과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방안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해외 교류였다.
“시장 규모가 작은데 충주에서만 잘하라고 하면 로컬 크리에이터들은 못 살아요. 그러면 ‘로컬 to 로컬’로 가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한계가 있죠. 이곳에서 하던 것을 다른 도시에서 가서 똑같이 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우니까요. 그래서 저희는 해외로 눈을 돌렸어요. 저희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가장 선호했던 도시가 미국의 포틀랜드였어요. 2022년에 포틀랜드 주립대학교 이정희 교수님이 울산에 오신 적이 있어요. 그때 찾아뵙고 ‘포틀랜드에 한번 가고 싶습니다’라고 말씀드렸죠. 그렇게 지난 1월에 포틀랜드에 갔더니 교수님께서는 진짜로 올 줄 몰랐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저희가 말씀드린 게 ‘포틀랜드 파머스 마켓에 참여하고 싶다’였어요. 교수님께서 포틀랜드 파머스 마켓이랑 관계가 있으셔서 연결을 해주셨어요.”
이를 계기로 포틀랜드 로컬 브랜드의 성지이자 30년 전통을 자랑하는 ‘포틀랜드 파머스마켓’에서 마켓 역사상 최초로 도시 브랜드 팝업 전시(충주)를 진행했다. 특히 충주 로컬 크리에이터를 알리는 ‘충격스토어 IN 포틀랜드’를 운영하여 마켓을 찾은 1만여 명의 방문객을 대상으로 충주라는 도시와 함께 로컬 크리에이터의 브랜드 홍보 활동을 펼칠 수 있었다.
“기존에 문화도시 사업이 ‘대한민국 문화도시’ 사업으로 바뀌면서 방향 설정의 수정이 필요했어요. 충주가 다른 도시에 비해 무엇이 좋아야 할지 고민하다가 유럽 문화수도와의 교류를 뚫기로 했죠. 쉽진 않았어요. 40개가 넘는 문화도시에 무작정 메일을 보냈고, 에스토니아 타루트와 영국 브래드포드 딱 두 곳에서 연락이 왔어요. 타루트에서는 포럼이 열린다고 오라고 해서 23시간 동안 비행기를 타고 갔죠. 거기서 핀란드 오울루 사람들과 세계에서 예술경영이 제일 잘 되어 있다는 텐페라 사람들도 만나며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었어요.”
이후 문화예술 생태계를 위한 해외 교류인 ‘2023 충주 국제 문화도시 포럼-충주진로’를 개최해 국내 최초로 2025년 영국 문화도시인 브래드포드, 2026년 유럽 문화수도인 핀란드 오울루의 문화도시 관계자를 초청해 함께 포럼을 진행했다. 타 도시와의 교류를 통해서 글로벌 네트워크 확충, 더 큰 시장 개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다.
포틀랜드 : 2023년 7월 29일 포틀랜드 파머스마켓에서 열린 도시브랜드 팝업 전시 ‘충주’. ⓒ충주중원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
2023년 7월 30일 워싱턴주 타코마의 Pantage Theatr에서 열린 충주시립예술단(시립우륵국악단과 시립택견단) 공연. ⓒ충주중원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
충주국제문화도시포럼 : 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 국원관에서 열린 포럼 전경. ⓒ충주중원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
충주국제문화도시포럼 : 영국 브래드포드에서 참가한 2025 영국문화도시 운영위원장 미리암 오키프. ⓒ충주중원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
대한민국 문화도시를 넘어 세계 문화도시를 위한 충주의 목표
신 팀장은 이 모든 것이 가능한 이유 중 하나로 오픈된 리더십을 꼽는다. 태껸보다도 더 인지도 있는 충주시 홍보 채널인 ‘충주맨’을 만든 것이 지금의 백인욱 이사장이다. 포틀랜드로 무작정 갈 수 있었던 것도 무엇이든지 시도해 볼 수 있던 배경 덕분이라고 말한다. 거기에 즐겁게, 또 자유롭게 사업을 진행하는 문화도시센터 팀원들의 역할 또한 크다고 덧붙인다. 신팀장에게 앞으로의 목표가 무엇인지 물었다.
"2023년 문화도시 충주는, 이제 충청과 글로벌이라는 두 영역에서 충주를 알리고 사업을 확장할 겁니다. 충주 내부의 사업은 우리 센터 식구들과 다양한 시민 추진 주체가 점차 고도화하여, 더 많은 시민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는 대규모 문화 이벤트에 중점을 둘 예정입니다. 충주에 정말 마법 같은 일이 계속 일어날 거예요.”
현장에서는 충분한 예산과 폭넓은 인적 자원, 효율적인 시스템의 필요성에 대해 늘 이야기 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욱 필요한 것들이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의식, 부족함을 채우기 위한 교류와 협력,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결과로 끌어낼 수 있는 리더십이 아닐까 싶다. 더 나아가 공공의 사업을 통해 궁극적으로 이뤄야 할 것이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절실히 필요하다. 해외의 문화도시들이 어떠한 문화유산을 남기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는지, 그렇다면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도시의 상은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하고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지금 충주는 끊임없이 물음표를 던지면서 그 답을 쉼 없이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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