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문화는 더 이상 변방의 것이 아니다. 올 여름, 올림픽 축제 열기로 가득했던 프랑스 파리 시내 7구에선 ‘프랑스엔 없고 한국에는 있는’ 한국 전통문화 작품으로 전시회가 열려 파리를 찾은 세계인들을 매료시키기도 했다. 역사적 가치를 품고 시대에 맞춰 변화해 온 한국 전통문화의 유연한 매력에 현지인과 외국인 관광객들은 찬사를 보냈으며, 예술의 도시 파리 한복판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식을 줄 몰랐다는 것이 후문이다.
[광한루원] ⓒ2024.남원문화관광
전통의 가치와 원칙, 정체성을 올곧게 지키되, 문화·예술·산업적 가능성으로 유연하게 피어나고 있는 도시가 있다. 사랑과 춘향, 국악과 소리의 도시 남원이다. 10월 중순, 남원에선 아주 특별한 축제의 장이 열린다. 지역 문화예술의 저변을 넓히고 각 지역의 특색 있는 문화를 소개하기 위해 매년 전국 순회하는 ‘문화의 달’ 행사의 2024년 개최지로 선정된 것이다.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는 풍부한 역사·문화자원을 기반으로 전통 음악과 춤, 소리이 하나되는 가을을 준비하는 남원. 한풀 꺾인 더위에도 구슬땀으로 축제의 달을 준비하는 뜨거운 현장을 찾아가보았다.
문화의 씨앗, 꽃으로 활짝 피우다. 남원시 문화예술과
가을은 부지런한 편이 좋다. 아쉬움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져버리는 자연의 결실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선 다른 계절보다 바쁘게 움직여야 한다. 이 찰나의 아름다움을 시민의 품에 온전히 전하기 위해 하루하루를 바삐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유난히 짧은 계절의 정취 속, 단아하고 고풍스러운 남원 문화의 진수를 제대로 전하려는 사람들. 문화와 예술로 도시를 새롭게 피어나게 하는 <남원시 문화예술과> 직원들이 그 주인공이다.
남원시청 문화예술과 김경숙 과장] ⓒ2024.남원시청
“남원의 특색 있는 문화자원을 널리 알리면서도 시민과 관광객에게 더 많은 전통문화 향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남원의 문화예술단체와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지원 사업도 하고 있고요. 또, 동남원의 고유 소리문화인 국악과 판소리, 남원풍물의 진흥과 보존을 위한 업무도 하고 있습니다. 문화예술과 직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밤낮 없이 노력해준 덕분에 10월 문화의 달 행사 준비도 무사히 막바지에 접어들었습니다.”
'문화의 달'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예술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참여를 높이고자 매년 10월을 문화의 달로 지정하고 공모를 통해 개최지를 선정한다. 올해는 남원시가 선정되어 '대한민국 문화, 남원에 피어나다'를 주제로 오는 10월18일부터 3일간 한국 대표정원인 광한루원에서 열린다.
국내외 관광객을 맞을 준비로 분주한 문화예술과. 김경숙 과장은 시청직원들을 비롯한 시민들의 노고에 대해 고마움과 미안함을 표현하며 남원 사람들이 함께 만드는 행사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는 공연과 부대행사로 남원이 시끌벅적 할 거예요. 전통 줄타기 공연과 신관 사또 부임 행차, 전통악기 체험 ‘소리야 놀자’, ‘청춘마이크’ 거리 공연, 클래식 공연 등 행사장 곳곳이 문화와 예술로 채워질 예정이거든요. 남원의 새로운 먹거리 문화로서 호응이 높았던 ‘월광포차’도 즐거움을 더 해줄 겁니다. 전통예술의 본향이자 지붕 없는 박물관인 남원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자 온 직원과 시민들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습니다.”
전통의 현대화는 역사의 가치와 정체성을 지키고자 하는 우리에게 늘 숙제로 남아있다. 긴 세월에 걸쳐 형성된 문화를 다른 시대의 사람이 해석하고 향유한다는 건 강직하면서도 개방적인 태도가 필요하기에 그렇다. 유서 깊은 문화가 곳곳에 묻어 있는 예향의 고장에서 우리 문화의 세계화를 준비하는 문화예술과의 부담과 책임이 막중하다.
[남원시립예술단의 공연] ⓒ2024.남원시청
“남원시립국악단의 경우 매년 해외에서 공연을 합니다. 작년에는 국악단과 풍물단이 아부다비에서 열린 ‘2023 UAE Korea Festival’ 개막식 공연에 참석해 국악의 ‘흥’과 ‘신명’을 한껏 뽐내고 왔어요. 남원 국악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였죠. 당시 반응이 정말 좋아서 올해도 참석할 예정입니다. 국악의 본고장으로서 우리의 소리문화를 세계화하기 위해 해외와의 교류를 지속하고 있어요.”
예향골 남원, 新예술단지로의 변화
오랜 역사 속에서 고유 문화를 발전시켜 온 만큼 우리나라에는 ‘예향’으로 불리는 지역이 많다. 그중에서도 남원은 우수한 소리 문화와 역사 자원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전통문화 관광지이자 ‘예향 중 으뜸’으로 손꼽히는 도시이다. 명실상부 저명한 국악 명장과 예술 장인들이 전통을 지키고 있는 곳에서 문화예술 사업을 운영하는 문화예술과의 계획과 포부는 어떨까
“깨끗한 자연 속에서 전통문화의 진수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남원은 살기 좋은 도시이지만, 안타깝게도 정주인구는 이전에 비해 많이 감소했어요. 저희는 위기 극복을 위해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는 문화사업을 고민합니다. ‘함파우 아트밸리 프로젝트’는 현 시점에서 가장 주력하는 사업이에요. 함파우 유원지 일대를 자연과 예술, 문화 세 개 권역으로 나눠 지역 자원과 현대예술이 조화를 이루는 예술관광단지로 조성하는 사업이죠.”
[함파우 지역 일대와 아트밸리 조감도] ⓒ2024.남원시청
전통과 현대,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지는 문화관광단지 조성으로 지속가능한 경쟁력 확보가 목표라는 ‘함파우 아트밸리 프로젝트’. 남원 문화의 정체성을 살린 현대적 공간을 통해 지역 활력을 책임질 청년들과 K-문화에 주목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발걸음에 대한 김경숙 과장의 기대가 남달랐다.
“요천을 사이에 두고 광한루원의 맞은 편 지역에 좋은 관광지가 많아요. 현재 남원에서 가장 ‘핫 플레이스’로 꼽히는 ‘시립 김병종 미술관’도 바로 이 지역에 있거든요. 남원 출신의 김병종 화백이 본인의 대표작을 시에 대량 기증하면서 기반이 마련된 곳이에요. 남원은 소리문화 뿐만 아니라 옻칠 공예, 도예, 미술, 문학 등의 예술 분야도 우수한 만큼 이곳에서 지역 작가들이 전시 기회를 얻기도 해요. 예술과 자연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이자 남원에 오면 꼭 방문해야 하는 대표 관광지입니다.”
시립 김병종 미술관
남원시에서 직접 운영하는 공립미술관으로
남원출신의 김병종작가가 대표작을 남원시에 대량 기증하면서 기반 마련.
자연과 미술, 문학과 지역의 예술문화가 있는 남원의 대표 관광지.
- 전북 남원시 함파우길 65-14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 운영시간 : 10:00~18:00 / 매주 월요일 정기휴무
- 전화 : 063-620-5660
[시립 김병종 미술관] ⓒ2024.(재)지역문화진흥원
“전통적인 요소로 남원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자 하는 시도는 지속적으로 하고 있어요. 특히 젊은 세대에게 소구력이 높은 사업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죠. 현재 만 개의 청사초롱이 남원 시내를 밝히고 있어요. 정유재란 때 남원성을 지키다 순절한 1만 의사들의 뜻과 의미를 담은 숫자로 자연이 아름다운 남원의 새로운 야경 문화를 만들고 있는 거죠. 청사초롱이 만들어낸 고즈넉한 야간 경관과 어우러져 이색적인 볼 거리가 있어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반응이 좋습니다.”
대한민국 문화, 남원에 피어나다
드론과 로봇으로 미래사회를 체험할 수 있는 ‘2024 남원국제드론제전 with 로봇’부터 남원의 유서 깊은 지역 축제 ‘제32회 흥부제’, 광한루 창건 신화인 달나라 궁전을 주제로 펼쳐지는 ‘2024 남원문화유산 야행’까지.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문화도시 남원의 10월은 그야말로 축제의 달이다.
“남원의 봄에 춘향제가 있다면, 가을엔 흥부제가 있어요. 시민이 자발적으로 주도하는 시민 축제라고 보면 됩니다. 고령화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행사에 참여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인데, 남원은 원체 문화가 발달한 지역이다 보니 시민들이 행사나 축제 참여에 대한 거리낌이 없어요. 남원은 정말 다양한 예술문화가 꽃 피운 도시거든요. 도자문화도 남원이 자랑하는 예술자원 중 하나인데, 이 문화를 기반으로 10월 초엔 ‘남원국제도예캠프’를 개최합니다. 세계 도예 작가와 문화를 공유하는 멋진 플랫폼 역할을 하죠. 특별히 올해는 15대 심수관 선생님이 참석하세요. 남원의 도예 기법으로 세계적 수준의 명품 ‘사쓰마 도자기’를 제작하신 심수관 도공의 맥을 잇고 있는 분이죠.”
심수관 도예전시관
남원의 도공 심당길 선생의 후손 심수관 가(家)의 삶과 작품을 담은 공간.
‘정유재란의 도자기 전쟁과 남원’, ‘사쓰마 도자기의 기원’, ‘사쓰마 도자기의 역사’ 및 15대까지 이어진 심수관 가의 기증 작품 전시
- 전라북도 남원시 양림길 14-16
- 운영시간 : 10:00~17:00(휴게시간 12:00~13:00)
- 문의 : 063-620-5799(춘향테마파크)
“좋은 문화자원을 보유하고 있으니, 이것을 씨앗으로 삼아 잘 발현해보자 라는 마음으로 기획하게 된 게 바로 ‘문화의 달’ 행사입니다. 남원은 국악과 풍물의 성지이자 민속악의 명맥을 잇는 국립민속국악원이 위치한 곳이잖아요. 판소리의 본고장 남원이 자랑하는 전통예술의 진면목을 문화의 달 행사를 통해 선보이고 싶었어요. 개막식을 시작으로, 창극, 판소리, 농악 등 전통 콘텐츠와 퓨전을 융합한 공연이 색다른 공연이 펼쳐질 계획입니다. ‘대한민국 문화, 남원에 피어나다’라는 슬로건은 문화의 달 행사를 통해 문화가 피어나고, 예술이 피어나고, 더 나아가서는 지역 경제가 피어나고, 시민들의 생활이 피어났으면 하는 희망의 메시지입니다.”
2024 문화의 달 행사
“대한민국 문화, 남원에 빠지다”라는 주제로 10.18.(금)~10.20.(일) 3일간
한국 대표정원인 광한루원 일원에서 ‘2024년 문화의 달 행사’를 개최합니다.
1972년부터 문화예술에 대한 국민의 이해와 참여를 높이기 위해 10월은 ‘문화의 달’로, 10월 셋째 주 토요일은 ‘문화의 날’로 지정하여 행사를 개최해왔습니다.
1993년부터는 지역 문화예술의 저변을 넓히고 각 지역의 특색 있는 문화를 소개하기 위해 전국을 순회하며 개최, 2024년에는 남원시가 개최지로 선정되었습니다.
대한민국 전통 명품 정원인 광한루원 일원에서 개최되는「2024년 문화의 달 행사」에서 전통 음악과 춤, 소리 등 모든 것이 새롭게 하나되는 축제를 즐길 수 있습니다.
- 공식 홈페이지 : https://www.culturemonth.co.kr
전통의 국악의 얼과 멋, 국립민속국악원
남원에서 펼쳐지는 2024 문화의 달 행사에서는 창극과 판소리, 풍물 등의 전통 소리와 현대 예술을 융합한 퓨전 공연이 펼쳐진다. 우리의 민속 예술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함으로써 한국 전통문화의 멋을 뽐내고, 남원의 예술적 정체성을 견고히 하려는 것이다.
이렇듯 수준 높은 국악 공연을 매개로 한국 문화예술의 진흥을 선도하며, 전통의 맥과 한국적 정서를 기반으로 한 독창적 콘텐츠를 통해 남원을 ‘살아 숨쉬는 예술 공간’으로 만들어 가는 사람이 있다. 2024년 문화의 달 행사 총괄감독이자 국립민속국악원을 이끄는 김중현 원장이다.
[국립민속국악원 김중현 원장ⓒ2024.국립민속국악원
“우리 문화의 세계화를 위해 다양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김중현의 국악의 발견’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할 당시 우리 문화인 국악이 사람들에게 가깝게 다가가고 있지 않다는 것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거든요. 그때부터 다양한 세대가 국악을 친근하게 받아들이고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어요. 우리의 전통문화가 세계로 진출하기 위해선 대중이 편하게 접근하고 향유할 수 있어야 하잖아요. 그래서 대중의 호응이 높은 문화, 예를 들면 애니메이션과 게임, 뮤지컬 등과 결합할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습니다. 멀게만 느껴졌던 민속악도 현대 예술과 융합한다면 관객에게 새로운 만족을 줄 수 있거든요.”
김중현 원장이 이끄는 국립민속국악원은 전통예술의 창조적 계승과 현대화를 고민한다. 더 나아가 국내 최고 수준의 전통 예술가로 구성된 창극단, 무용단, 기악단은 국악의 성공적 대중화를 위해 남원을 무대로 다양한 공연을 마련하고 있다.
[국립민속국악원의 창극단, 무용단, 기악단] ⓒ2024.국립민속국악원
“남원은 민속문화가 깊이 자리 잡은 곳으로 시민들이 전통 예술을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습니다. 판소리의 본고장 답게 추임새와 같은 관객 참여형 문화가 잘 형성되어 있죠. 관객이 단순한 관람자가 아닌 공연의 한 주체로 참여하는 건 타 지역에선 경험하기 어려운 남원만의 독특한 문화 중 하나입니다. 남원 시민들의 전통 예술에 대한 애정과 감수성이 높다 보니 전 지역이 예술인과 단체가 활동하기 좋은 무대가 돼요. 이런 힘을 바탕으로 국립민속국악원은 남원 전지역을 무대삼아 다양한 예술 단체, 시립미술관과 같은 문화공간과 협력하고자 합니다. ”
남원 전통과 퓨전의 소리, 풍류에 빠지다.
(좌)[2024 문화의 달 행사 포스터ⓒ2024.남원시청
(우)[광한루원의 야경ⓒ2024.(재)지역문화진흥원
대한민국의 대표 명품 정원 광한루원. 10월 18일부터 사흘 간, 이곳에선 우리의 소리로 신명나는 축제가 펼쳐진다. ‘남원 전통과 퓨전의 소리 풍류에 빠지다’를 주제로 2024 문화의 달 행사가 진행 될 남원. 총괄감독으로 참여한 김중현 원장의 심중은 어떨까
“남원은 국악의 성지로서 전통 예술의 본고장입니다. 국립민속국악원의 원장으로서, 또 국악인의 한 사람으로서 첫번째 주안점으로 삼은 건 남원의 올곧은 국악 정신을 깊이 있게 전달하자는 것이었어요. 남원에는 국악 위인 56분의 위패를 모시고 있는 국악의 성지가 위치하는데, 참배를 통해 국악의 역사적 중요성과 의미를 되새기고, 전통 예술에 대한 경의를 표하고자 했죠. 또, 남원이 단순한 행사 장소가 아닌 국악의 뿌리와 정신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라는 것을 조명하려고 합니다.
국악의 성지
민족의 혼이 담긴 전통예술인 국악을 더욱 계승하고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지리산 기슭 운봉읍에 조성된 박물관이며 전시관.
동편제를 완성시켜 가왕의 칭호를 받은 송흥록 선생의 생가와 함께
국악 전시체험관, 독공실, 야외공연장, 국악인의 묘역, 사당 등이 배치,
기악, 정악, 명창들의 기증 유물 등이 전시되어 우리 음악을 체험할 수 있다.
- 전북 남원시 운봉읍 비전길 69 국악의성지
- 운영시간 : 하절기(09시~18시) / 동절기 (09시~17시) / 매주 월 휴관
- 문의 : 063-620-5740~2
축제는 시민이 주인공이어야 하기 때문에 과도한 내빈 소개도 지양하고 있습니다. 대신, 남원을 상징하는 ‘이야기’ 속에서 내빈과 시민이 하나되어 즐길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콘텐츠를 기획했죠. 또, 시민들로 구성된 합창단이 서로 눈과 호흡을 맞추는 공연을 준비하고 있어요. 문화를 통해 모두가 하나될 수 있음을 하모니를 통해 보여주려는 의미입니다”
전통과 현대의 융합으로 우리 소리의 창조적 계승을 시도하는 김중현 원장. 국악의 대중화와 현대화, 그리고 이를 통한 세계화를 추진하는 그의 도전은 이번 행사에서도 볼 수 있을까.
“남원의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전통 판소리, 풍물, 전통 무용 등의 고유 문화예술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이색적인 공연을 준비했습니다. 남원 문화의 본질을 지키면서도 이전에 볼 수 없던 혁신적인 공연을 통해 강렬한 예술적 경험을 제공하고자 해요. 전통과 현대의 아름다움을 담은 공연으로 관객들이 남원의 전통을 깊이 느끼고, 새로운 문화를 발견할 수 있는 영감을 받았으면 합니다.”
[2024 문화의 달 프로그램 구성] ⓒ2024.(재)지역문화진흥원
국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문화의 달 행사를 통해 국악의 진수를 널리 알리고 싶다는 김중현 원장. 옛 것을 보존하려는 사람들의 올곧은 정신과 국악의 섬세한 멋이 훌륭한 문화를 만드는 도시라며 남원에 대한 극찬을 아끼지 않는 그가 국립민속국악원의 원장으로서 시민들의 문화 향유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남원의 사람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국악을 사랑하고 즐기는 문화를 형성해왔어요. 예향도시의 시민이라는 자부심과 지역 예술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국립민속국악원 활동에 많은 성원을 보내주십니다. 실제로 ‘귀명창’으로 불리는 국악 마니아층이 두텁게 자리하고 있어요. 국악에 대한 남원 시민들의 호의적 태도에 힘입어 우리 국악원에서는 매달 ‘문화가 있는 날’에 무료 공연과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통 국악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국악에 대한 장벽을 낮추려고 해요.
[창극 ‘지지지’와 명상 프로그램 ‘나를 위한 쉼’ ] ⓒ2024.국립민속국악원
“문화의 달 행사의 막이 열리는 10월 18일부터 이틀 간 국립민속국악원 예원당에서는 무장애 공연 창극 ‘지지지’를 초연할 예정입니다. 청각장애인을 비롯한 모든 관객이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수어 영상과 자막 모니터를 배치한 공연이에요. 판소리의 감정과 감동을 시각적으로도 느낄 수 있도록 창극의 테마곡을 우리 출연자들이 수어로 표현합니다. 모든 시민과 관객이 동등하게 남원 소리의 깊이를 느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죠.”
"나를 위한 쉼’을 주제로한 국악 명상 요가와 다도 체험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국악과 요가를 결합하여 소리와 움직임의 조화를 느끼게 하죠. 매회 다른 장르를 통해 국악의 다양성을 전할 예정입니다. 요가와 명상이 끝난 후에는 전통 다도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을 통해 남원의 차 문화를 함께 느끼고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문화 안에서 이야기를 공유하고 지속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입니다.”
매월당 고려단차
매월당 김시습(1435~1493)이 지은 <만복사 저포기>의 배경 보련산 만학동 계곡에 위치한 고려의 야생차 군락지
깊은 산속에서 자생하는 야생 찻잎을 소나무 장작불로 달군 무쇠솥에 덖어낸 차로 천년의 전통방식 고수,
오랜 연구를 통해 고려 시대의 단차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차로 김중현 원장이 추천하는 남원 천년의 전통차
- 전북 남원시 금지면 매촌길 47-34
- 홈페이지(구매처) : https://www.maewoldang.com
- 문의 : 063-636-1278
긴 준비 기간을 거쳐 이제 목적으로 다가온 문화의 달 행사. 오랜 시간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만큼 설렘과 긴장, 기대와 걱정이 공존하는 때, 총괄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무대를 올렸다면 무대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해야 합니다. 짧은 인사도 무대에 맞게 전할 수 있어야 해요. 그것이 무대 공연을 기획하는 사람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남원에서 열릴 문화의 달 행사는 그렇게 준비했습니다. 개막식부터 이전의 축제와는 색다른 공연문화를 경험할 수 있을 거예요. 진짜 무대예술, 수준 높은 공연을 통해 남원이라는 지역이 품은 훌륭한 문화자원과 아름다운 자연을 함께 나누며, 우리 문화의 진가를 깊이 느낄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국의 문화경쟁력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유명한 말처럼 ‘한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전통문화예술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끊임없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 문화의 예술적 우수성은 단번에 만들어 진 것이 아니다. 고유 문화에 대한 존중의 마음과 시대 변화에 대한 유연한 태도가 케이컬처로 불리며 칭송 받는 지금의 문화를 만들었다.
[광한루원 일대와 남원예촌] ⓒ2024.매월당
남원은 우리나라에서도 가장 한국적인 도시로 손꼽히는 지역이다. 전통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이 아름다운 도시에선 선조들의 예술 혼과 지혜를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10월, 가을의 정취가 만연한 이곳에 신명나는 흥의 성찬이 차려진다. 문화와 예술, 미래산업이 한데 어우러져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색다른 즐거움을 자아낼 축제의 장. 부지런하게, 올곧게 피어나는 남원의 가을을 주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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