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 2024 10월호_만나다
만나다 : 지역문화를, 사람을 만납니다.
[문.구.점] 1400년전 백제문화기술과 영광을 빛과 색으로 재현하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 미디어아트가 선사하는 백제로의 시간여행.
늦게 온 가을이니만큼 계절이 분주합니다. 여기저기 잎들은 옷을 갈아입고, 열매를 선보이죠. 수확의 기쁨을 나누고 감사를 전하는 행사도 지역 곳곳에서 이어집니다. 제철을 만난 특산품을 자랑하기도 하고, 지역의 유서 깊은 역사적 장소를 빌려 각종 체험이나 만들기 등을 통해 간접체험을 하기도 합니다. 지역에서 역사적 공간을 방문한 시민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해주기 위한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중에 있는데요. 이러한 문화유산을 더욱 더 풍부하게 보고 느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는 곳이 있다고 합니다. 과거 눈부셨던 문화와 역사를 현재의 환상적인 빛과 색으로 조명하는 국가유산 미디어아트사업의 일환인 익산 미륵사지 국가유산 미디어아트에 다녀왔습니다.
[익산 미륵사지 미디어아트] ⓒ2024.국가유산 미디어아트
특히 이번 익산 미륵사지에서는 <미륵사 천년의 빛:1400년의 비밀을 탐험하다>를 주제로 올해 최대 규모의 미디어 아트가 열렸다고 하는데요. 기존 공연 중심의 미디어아트에서 한층 더 발전된 모습을 선보여서, 백제부터 조선시대까지의 과거가 미디어파사드, LED미디어윌, 경관조명, 레이저쇼 등의 최첨단 현대기술을 만나 예술과 기술의 극치를 보여주었습니다.
레이저로 표현한 웅장한 탑의 재건
해가 지고 완전한 어둠이 찾아오면 동탑과 서탑의 잔디밭 앞으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듭니다. 오후 7시 30분부터 열리는 동서탑 프로젝션 맵핑쇼인 <미륵사지 석탑의 비밀>을 보기 위해서인데요.
[해가 질 무렵의 미륵사지 석탑] ⓒ2024.지역문화진흥원
미륵사지 석탑은 현재 남은 모습에서 알 수 있듯이 수년의 복원기간을 거쳤습니다. 화려한 빛은 석탑에게 1400년 전 웅장함과 생명을 불어 넣어줍니다. 벽을 향해 쏘아내는 레이저의 불빛이 그려내는 석탑 안의 유물들을 볼 수 있고, 석탑의 복원과 더불어 백제의 찬란한 역사속으로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습니다.
현존하는 석탑 중 가장 크고 오래된 석탑의 일부만 볼 수 있어 안타까운 마음을 상상력으로 채울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탑을 배경으로 불교의 탑돌이를 환상적인 빛으로 표현했는데요. 과거와 현대, 문화유산과 최첨단 기술의 만남을 직접 눈앞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문화가 가진 가치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시간입니다.
[미륵사지 석탑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미디어아트쇼] ⓒ2024. (재)지역문화진흥원
지역의 역사와 기술의 어우러짐. 그것이 선사하는 조화로움
석탑의 뒤에 자리잡은 미륵산에 어둠이 내리면 그 산은 레이저만의 캠버스가 됩니다. 동 탑과 서 탑 사이로 수놓아지는 연꽃, 백제의 문화재, 미륵사지의 상징등을 화려하게 수놓는 레이저의 그림 솜씨를 볼 수 있습니다.
[미륵산에 펼쳐지는 레이저아트쇼] ⓒ2024. (재)지역문화진흥원
사찰에서 연못은 극락세계를 상징합니다. 미륵사지 가운데에는 서연지라는 커다란 연못이 있고 연못가의 잔디밭은 시민들에게 휴식을 선사하는 공간입니다. 어둠이 찾아온 연못 한 쪽에는 마치 처음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 같은 눈부신 은빛 폭포가 별처럼 쏟아져 내립니다. 빛으로 만든 폭포가 잔잔한 연못을 은빛으로 물들이고 있고, 그 앞에는 물방울을 표현하는 색색의 조명이 켜지는데요. 컬러조명처럼 보이지만 손을 대면 색깔이 변하는 물방울 미디어아트입니다.
[노을이 질 무렵의 서연지] ⓒ2024. (재)지역문화진흥원
별이 쏟아질 것 같다고 생각하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순간, 연못 근처의 나무에 빼곡하게 숨은 반딧불이 조명을 보고 감탄사가 쏟아집니다.현란하게 펼쳐지는 미디어아트에 비하면 아주 작은 조명이지만, 나뭇잎 사이사이 비치는 자그마한 반딧불이 불빛은 마치 요정의 숲 속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들게 할 것입니다.
[연못가를 수놓은 물방울 모양의 조명과 미디어아트] ⓒ2024. (재)지역문화진흥원
다양한 색과 음으로 풀어내는 미륵사의 이야기
익산 미륵사지는 동아시아 최대규모의 사찰터 중 하나로 목탑이 석탑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중요한 건축적, 문화적 유산입니다. 하지만 현재는 두 개의 탑과 습지를 메웠다고 하는 넓은 터만 남아있을 뿐이죠. 옛 명성의 흔적이 남은 너른 땅의 곳곳을 색과 음악이 가득 채워줍니다.
[미륵사지 출토 석조물] ⓒ2024.지역문화진흥원
미륵사지에서 출토된 일만여점의 유물 중 백제 금속공예의 탁월한 기술력을 보여주는 금제사리호와 백제시대의 풍탁으로는 유일하게 보전이 되어있는 금동풍탁 모형을 설치했는데요. 그 모형에 전통 민화를 은은한 빛으로 밝혀놓아서 우아하고 섬세한 백제의 예술세계를 느낄 수 있습니다.
강당지의 초석에는 전통악기와 현대음악이 어우러져 과거 불경을 외우던 장소라는 의미를 되새김과 동시에 터만 남은 곳을 빛과 음악으로 채워줍니다. 뿐만 아니라 미륵사지 터 입구에 설치된 AI 공연장에는 한복을 입은 연주자들이 교향곡을 연주합니다. 과거와 현재, 사실과 설화를 눈과 귀로 동시에 즐길 수 있습니다.
[민화를 새긴 금제사리호 모형과 AI공연장] ⓒ2024. (재)지역문화진흥원
설화속의 주인공이 되어보는 하루
익산 미륵사는 유일하게 삼국유사에 창건설화가 내려옵니다. 창건설화의 주인공은 서동요로도 유명한 선화공주와 백제 무왕입니다.
이번 미디어아트는 미륵사의 창건설화와 백제의 영광을 바탕으로 많은 볼거리 뿐만 아니라 아니라 직접 참여까지 할 수 있는 있는 미디어놀이터도 있다고 합니다. 설치된 미디어아트의 모니터속에 숨겨진 유물을 찾으면 상품도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역사속의 한 인물이 되어, 또는 현재의 탐험가가 되어 미륵사지 곳곳에 숨겨진 유물을 찾아보며 하루쯤은 설화속의 주인공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요?
다양한 색과 음으로 풀어내는 미륵사의 이야기
많이들 들어보신 문화유산 야행, 문화재 달빛축제처럼, 언젠가부터 해가 지면, 곳곳의 문화재는 은은하게 불빛을 밝혀 시민들의 고즈넉한 쉼터가 되어주곤 했습니다. 이렇듯 문화재는 조금씩 가까워지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이어왔는데요. 한 발 더 나아가 최첨단기술을 통해 역사 속에 숨어있는 이야기를 눈앞에 펼쳐놓는 미디어아트의 세계. 1400년전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가장 가깝고 즐거운 여행이 될 것입니다.
전국의 다양한 국가유산 미디어아트 남은 일정이 궁금하다면?
https://worldheritage.modoo.at/
#함께 보면 좋은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