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 자리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는 들어가는 입구부터 인상적인 카페가 있습니다. 넓은 광장 과 푸르게 펼쳐진 잔디밭을 마주하고 있는 곳이 카페의 가장 높은 3층, 곧 지붕입니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다 보면 커피를 볶는 고소한 향이 올라오고 시원한 통 창으로 널찍한 카페의 내부가 보입니다. 사람이 많아도 동선을 해치지 않을 정도로 편안하게 놓인 원목테이블과 의자의 색은 주문한 밀크티와 더 없이 잘 어울려 편안한 시간을 선물하는 곳. 바로 카페 진정성입니다.
진정성은 김포를 기점으로 해서 제주의 종점까지 전국에 여섯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높은 창, 나무색의 인테리어, 깔끔한 분위기가 언 듯 비슷해 보이지만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조금씩 서로 다름을 알 수 있습니다. 제주 종점에는 제주의 돌담을 생각나게 하는 담과 함께 돌을 떠올리게 하는 흙빛이 더욱 강조된 인테리어가 눈길을 끌고, 양화대교점은 지나가는 열차를 보는 듯 하죠. 요란하지 않은 간판에 정갈하게 쓰인 카페명의 텍스트부터, 어느 지역에 있건 주변 경관을 해치지 않는 위치, 그리고 그 안의 사람들을 배려하는 하나하나가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늦게 찾아온 가을이니만큼 분주하게 변화를 맞이하는 모든 것들 사이, 계절만큼이나 바쁜 김정온 대표를 카페 진정성 광주편에서 만나보았습니다.
[카페 진정성 광주편] ⓒ2024.지역문화진흥원
지역의 있는 그대로 스며드는 진정성
Q1. 진정성은 김포를 시작으로 해서 광주, 대구, 제주 등 여러 지역에 매장을 두고 있습니다. 지역선정을 할 때 어떠한 지역의 특성을 어떻게 고려하셨나요? 선정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신 요소는 무엇인가요?
김정온대표 :
정형화되고 뻔한 공간보다는 사람들에게 주목받지 못했던 지역이나 건물에 매력을 가지고 있어요. 좋은 자리만 생각했다면 도심의 대로변이나 인구 밀접도, 접근성을 고려했겠죠. 하지만 그랬다면 지금 진정성이 가진 이야기나 서사는 만들기 어려웠을거라고 생각해요. 쉽게 말해서 방치, 또는 공실이라 하더라도 진정성이 가고자 하는 목표를 위해서는 그런 장소가 더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공간들을 디자인했을 때 굉장히 예쁜 구조가 나타납니다. 그 이후 그 장소에 대해 호감도나 명성, 또는 브랜드성이 더 높다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Q2. 공간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각 지역마다 조금씩 차별화를 둔 게 인상 깊습니다. 매장의 인테리어 설계 시 어떤 부분을 신경쓰시는지요?
김정온대표 :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고, 그것에 집중할 수 있게 모든 장치를 배제한 것이죠. 이곳의 건축양식은 대부분 드러나지 않습니다. 건축의 중심은 사람에게 있죠. 건축이 돋보이면 사람의 관심이 다른 것에 갈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진정성의 색은 대부분 무채색입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단순함이 조금 잘못되면 단조롭거나 지루해지죠. 그 선을 맞추는 게 어려운 것 같아요. 그래서 더욱 공을 들입니다. 테이블이나 의자 뿐 아니라 컵, 포장지, 벽에 걸린 커튼, 직원들의 앞치마 하나까지도요. 가끔 기성품으로 맞추기 어려울때도 있습니다. 그럴때는 맞춤제작을 할 때도 있어요. 단순해보이는 공간일수록 맞지 않는 소품 하나가 더 튀어 보일 수 있거든요. 처음 진정성이 시작할때부터 함께 호흡을 맞춘 인테리어팀과 9년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지점을 위해 전국을 다니며 공간에 대해 같이 의논하죠. 그리고 매장을 열면 신입이 아니라 본점이나 기존 매장의 직원들이 짧게는 오픈 일, 길게는 몇 개월을 머물면서 디자인공간을 해치거나 공간에 어울리는 퍼포먼스를 전달을 알려줍니다. 그래야만 이러한 대형공간에 대한 디자인에 어색함이 생기지 않아요. 그리고 다행인건 저는 그 작업이 무척 즐겁습니다.
[카페 진정성 광주편의 인테리어] ⓒ2024.지역문화진흥원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그 단순함 속에 숨어 있는 빈틈없는 디테일
Q3. 공간의 디테일만큼이나 메뉴개발과 재료에 대해서도 중요한 원칙이나 기준은 무엇인가요?
김정온대표 :
저희 매장의 메뉴들은 있는 그대로를 내어드리는 것입니다. 많은 것들을 혼합하거나 변화를 주는 것이 아닌 각각의 메뉴를 가장 직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을 가장 좋아합니다. 기존에 알고 있는 밀크티는 전지분유로 만든다든지, 허니브레드에는 꿀이 아닌 올리고당이 들어간다든지. 그런 부조화가 싫었어요. 그래서 완전 백 프로 원유에 찻잎을 그대로 넣어서 만들었던거고 그렇게 나온 맛이 뿌려서 나온 액상의 맛이 아니라 차향이 은은하게 우러나오는 밀크티를 접할수 있는거죠. 과일주스도 간단하게 과일을 짜서 내어드립니다. 복숭아 아이스티에 들어가는 시럽을 생복숭아로 만들고 홍차에 복숭아를 올려드립니다. 다른 곳에서는 이런 맛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그 맛을 좋아해주시는거죠.
[높은 천장과 넓은 자리가 인상적인 카페 진정성 광주편] ⓒ2024.지역문화진흥원
Q4. 그렇게 공들인 레시피를 SNS에 공개를 하셨어요. 고객들과 꾸준히 소통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요. 이런 방식이 진정성의 운영에 어떤 도움을 주고 있나요?
김정온대표 :
이것 역시 있는 그대로 보여드리는게 목적입니다. 재료를 밝히고 레시피를 공개하고 병에 담는, 그런 과정들을 보여드리는거죠. 그리고 본연의 맛인 메뉴들, 밀크티가 어울리는 공간. 거리가 좀 멀어도 차가 맛있어서 찾아오고, 공간이 좋아서 찾아오고. 이런것들이 시너지 효과를 냈다고 봅니다. 남들과 똑같은 레시피였다면 프랜차이즈를 이길수가 없겠죠.
[카페 진정성의 밀크티와 구움과자] ⓒ2024.지역문화진흥원
있는 그대로가 지닌 가치. 그것이 주는 매력
Q5. 그렇게 공들인 레시피를 SNS에 공개를 하셨어요. 고객들과 꾸준히 소통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요. 이런 방식이 진정성의 운영에 어떤 도움을 주고 있나요?
김정온대표 :
이것 역시 있는 그대로 보여드리는게 목적입니다. 재료를 밝히고 레시피를 공개하고 병에 담는, 그런 과정들을 보여드리는거죠. 그것을 요란하게 알리는게 아니라 그냥 로스팅실이 그 자리에 있으면 됩니다. 직원들이 커피를 볶는 작업. 그리고 본연의 맛을 가진 메뉴들, 밀크티가 어울리는 공간. 거리가 좀 멀어도 차가 맛있어서 찾아오고, 공간이 좋아서 찾아오고. 이런것들이 시너지 효과를 냈다고 봅니다. 남들과 똑같은 레시피였다면 프랜차이즈를 이길 수가 없겠죠.
[카페 진정성의 커피와 차] ⓒ2024.지역문화진흥원
Q6. 카페 진정성은 단순한 카페를 넘어서 지역 사회와 연계한 로컬 브랜드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각 지역에 맞는 특색을 반영하는 방식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김정온대표 :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게 그 지역의 특산품일겁니다. 그게 인삼 농협 협동조합의 인삼과 수삼이었던거고. 제주도의 감귤과 당근으로 만든 주스가 있어요. 그런데 인삼협동조합의 주인공은 인삼라떼가 아니었습니다. 그 시장에 카페가 있다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삼았던 거였어요. 어떠한 공간이나 문화가 활성화되려면 널리 퍼져나가고 알려져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 우리가 그 불쏘시개 역할을 하자라는거였죠.
Q7. 그 외 지역 문화 활성화에 기여하고 계시는 활동이나 프로젝트가 또 있으신가요?
김정온대표 :
저도 동네 개인 카페를 운영하다 보니까 그런 사람들을 응원하는 마음이 있죠. 레시피는 카페 초반 1,2년차부터 공개를 했습니다. 교통비정도의 수강료로 가르쳐드렸죠. 저도 장사를 해봤으니까 동료의식 같은 것이 있었어요. 그래서 더욱 배려를 하게 되구요. 어떤 분은 주말에 시간을 낼 수 있고, 어떤 분은 주말에는 안되시고 어떤 사장님은 하루 종일 매장에만 계시고. 그러면 주말에 열고, 평일에도 열고 아침 일찍 강의를 할 때도 있구요. 왜냐면 제가 혼자 장사했을 때 나의 정보나 스킬이 부족하다고 느꼈을 때 제가 현장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의 강의는 다 갈 수가 없어서 어려움에 부딪힌 적이 있었거든요.
[카페 진정성 김정온대표] ⓒ2024.지역문화진흥원
결국은 사람, 그리고 사람에 대한 배려
Q8. 정말 다양하고 많은 카페들이 있는데요. 그 속에서 카페 진정성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비결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김정온대표 :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이런 과정들을 즐긴다는 겁니다. 물론 수익의 대부분을 많이 투자해야 하죠. 재료를 다 사고, 기성품으로 써도 되는 소품을 직접 제작해야 하지만 말이죠. 그리고 그 안에는 사람이 있습니다. 9년 동안 해온 인테리어팀이 있고, 각 매장을 지키는 직원들이요.
[[카페 진정성 양화대교점] ⓒ2024.카페 진정성 인스타그램
인터뷰 초반, 카페를 운영하는 것에 대한 철학과 포부등이 궁금했지만, 카페 이름에 모든 것이 담겼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질문 중 내년이면 진정성이 10주년 되는 해라 뭔가 큰 이벤트나 계획같은 것이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으나 이 역시 카페 이름에 어울리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Q8. 내년이면 진정성이 10주년이 되는 해인데요. 꾸밈없이 꾸준하다는 말이 잘 어울려서요. 그래도 뭔가 계획이 있으신지 여쭤봐도 될까요?
김정온대표 :
저에겐 십 년이 되는 날이든. 그 다음날이든, 아니면 11주년이 되어도 똑같을 겁니다. 10년이 되는 그 날도 그 동안 해왔던 날과 똑같은 하루일뿐이죠. 그 날은 진정성을 계속 찾아주신 고객님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는 날이지, 저에게는 크게 의미가 깊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결국은 사람이었습니다. 사람에게 대접하는 음식과 차, 사람이 머무는 공간, 그 공간을 일구어 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존중과 배려. 진정성에는 화려한 수식어도 강렬한 색감도 없습니다. 거창한 광고로 요란법적을 떨지도 않죠. 다만 그냥 있는 그대로를 꾸준히 한결같이 보여줄 뿐입니다. 예로, 2022년 문을 닫은 진정성 김포의 서점徐點이 다시 양화대교점에서 선보인다고 합니다. 하지만 서점이라는 이름을 다시 쓰지는 않을 것이라고 합니다.
서점은 찻잎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정갈하게 차린 다식이나 간식을 겸하는 곳이었는데요. 차를 즐기는 동시에, 공간을 즐기는 방식을 뜻하는 이름이라 도심에서 떨어진 곳에 미로같은 곳을 지나 매장 입구까지 찾아 들어와야 하는 요소들이 결합되어야 정체성이 분명해진다고 합니다. 양화대교점은 한강 다리에 위치한 만큼 천천히 서徐를 붙이는 건 인위적이라고 하시며 다른 이름을 붙이는 다실이 될 거라고 합니다. 서점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홍보거리가 될 수 있지만 이를 거부하고 이름 한자에도 진심을 다하는 모습. 계단부터 고소한 커피향을 풍겨오던 고소한 커피향을 풍기던 3층의 로스팅실이 떠올랐습니다. 심지어 로스팅실은 전체가 유리벽으로 되어있어 커피를 볶는 과정을 볼 수 있었는데, 군더더기 없는 그 작업에서 느껴지던 정직함. 카페의 규모만 보고 프랜차이즈의 차이점을 생각했는데 시작점부터 달랐습니다. 주변의 경관을 해치지 않고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위치부터, 비슷해 보이지만 세심하게 다른 매장의 편안한 분위기. 신경 쓴 재료로 선보이는 차의 다르지만 깊은 향. 있는 그대로만을 내보이는 카페. 진정성에는 지역에 그대로 스며드는 마음, 사람, 그리고 배려가 있습니다.
카페 진정성 기점 운영 안내
<운영시간>
매일 10:00 - 20:00
<위치>
경기 김포시 양촌읍 석모로45번길 35-9
카페 진정성 광주 운영 안내
<운영시간>
매일 10:00 - 21:00
<위치>
광주 동구 문화전당로 38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카페 진정성 인천 운영 안내
<운영시간>
매일 10:00 - 22:00
<위치>
인천 서구 승학로235번길 26 2층
카페 진정성 대구반월당 운영 안내
<운영시간>
월~금 10:00 - 20:00
※ 매주 토, 일은 정기 휴무 (19:30 라스트오더)
<위치>
대구 중구 달구벌대로 2095 1층
카페 진정성 종점 운영 안내
<운영시간>
매일 10:00 - 21:00
<위치>
제주 제주시 서해안로 124
<카페 진정성 인스타그램>
www.instagram.com/cafe_jinjung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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