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삼오오 둘러앉아 아이디어를 한데 모아 열띤 토론을 펼친다. 머릿속을 부유하는 여러 생각들을 툭툭 꺼내 브레인스토밍을 하다 보면, 신박한 아이디어가 쏟아진다. 청년들의 엉뚱한 상상력이 세상 하나뿐인 문화기획으로 표출되는가 하면, 기발한 발상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일어나고,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놀이처럼 즐기다 사업으로 확장되기도 한다.
‘청년협동조합 뒷북(이하 뒷북)’의 대화 자리에 끼어 앉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서로를 향한 크고 단단한 마음이 감지됐다. 한 공간에서 8년간 마음 부비며 지내온 막역한 사이라지만, 기저에는 의왕시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모교(대안학교)에 대한 끈끈한 연대가 깔려 있다. 누구든 작당을 도모할 수 있는 수평적 관계, 주저 없이 의견을 피력하고 상대를 존중하는 합리적인 토론 문화는 체험과 토론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대안학교의 경험을 통해 길러진 것이리라.
2022년 부임한 구가온(닉네임 구가) 이사장과 번뜩이는 프로젝트를 숱하게 진행해온 아이디어 뱅크 김영글(굴개), 그리고 뒷북의 실무를 맡고 있는 든든한 김희경(돌고래) 씨까지, 뒷북을 이끄는 핵심 멤버 3인을 만났다.
청년협동조합 뒷북을 이끄는 핵심 멤버 3인, 김영글(닉네임 굴개, 왼쪽), 김희경(돌고래, 가운데), 구가온(구가, 오른쪽). 뒷북에선 서로 닉네임으로 부르는 게 편하다. ⓒ 심민아
공방과 카페가 즐비한 의왕시 오리나무로에 자리한 뒷북 사무실 ⓒ 심민아
지역의 문화 결핍, 스스로 채우다
시작은 문화 결핍이었다. 뒷북 조합원의 대다수가 나고 자란 의왕시는 젊은이들이 누릴 수 있는 문화 향유의 기회가 인근 도시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다. 하다못해 영화관도 없고 제대로 된 축제를 즐기려면 서울까지 나가야 했다. 불평은 지역적 한계를 딛고 발전을 이루는 원동력이 되었고, 문화적 목마름을 해소하기 위해 스스로 우물을 팠다. 의왕에서 놀고먹고 더 나아가 소소한 일거리를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2006년에 개교한 중고등대안학교 ‘더불어가는배움터길’ 학생들이 성장해 청년이 되었어요. 10대에서 20대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졸업생들은 학교 밖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 할지, 사회 구성원으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진로에 대한 고민을 나눌 적당한 장소와 작당을 모의할 공동체가 필요했던 거죠.” 대안학교 교사였던 김희경 씨가 졸업생들과 함께 뒷북을 만들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한다.
세 사람(김희경, 김영글, 구가온)은 대안학교 사제지간이지만, 뒷북에선 서로 닉네임을 부르는 수평적인 관계다. 뒷북의 여러 활동들이 커리어로 쌓이고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요즘이다. ⓒ 심민아
대안학교 졸업생이 5기수 정도 나오던 2014년, 청년들이 편하게 오갈 수 있는 아지트인 ‘청년공간 뒷북’이 설립됐고, 2년 뒤인 2016년 9월에 ‘협동조합’으로 전환했다.
“대안학교 졸업생 몇몇을 중심으로 출발했지만, 뒷북에 관심이 있는 동네 청년들과 뒷북 활동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면서 현재 조합원 59명, 후원회원 16명으로 늘어났어요. 청년의 힘으로 이룬 공간답게 활동의 중심엔 늘 청년이 있었고, 역대 이사장 역시 청년이 맡아왔어요.” 조용히 듣고 있던 구가온 이사장이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뒷북 청년들은 특별한 일이 없어도 만난다. 근황 토크를 나누고 괜스레 밥 먹는 날을 정한다. 거듭된 대화 속에 마음을 끄는 주제가 나오면 기획으로 만들기도 한다. 그렇게 걸러진 청년들의 욕구를 바탕으로 문화기획 프로젝트를 진행해왔고, 교육 강좌, 간행물 발행, 일거리 창출, 핼러윈 축제, 공연, 드로잉, 풋살 등 소소하게 즐기던 사적인 놀이에서 판을 키워 다양한 커뮤니티 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의왕에서 핼러윈 축제를 즐기기 위해 기획한 ‘의왕호박잔치’. ⓒ 청년협동조합 뒷북
풋살 동아리 ‘FC뒷목’. ⓒ 청년협동조합 뒷북
‘좋아서 하는 작당 모임’이지만, 협동조합으로서 수익 사업도 고민해야 했다. 정부지원사업에 무조건 의존하기보다, 뒷북의 자산을 활용해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서로의 재능과 기술을 탈탈 털어 ‘적당기술’ 강좌를 개설한 것. 옷 리폼 하기, 비건 요리 만들기, 핸드폰으로 사진 찍기, 전통주 빚기, 슛(농구) 기술 배우기 등 하잘것없어 보이는 작은 배움들이 쌓여 문화적 갈증을 해소시켜줬다. 대안학교에서 수업 제안을 받아 시작한 ‘스잠필’ 프로젝트는 뒷북에서 가장 큰 수익을 내는 효자 사업이다. ‘스마트폰도 잠이 필요해’의 줄임말로 스마트폰 의존도가 높아진 요즘, 스마트폰을 좀 쉬게 하자는 취지로 기획된 미디어 교육이다. 문화기획자를 양성하는 ‘문화기획 찍어먹기’는 10주 과정의 특강 형식이지만 스스로 기획력을 키울 수 있도록 워크숍처럼 진행한다.
포근하게 잠들어 있는 스마트폰 ⓒ 심민아
학교나 청소년 단체 등에서 ‘스잠필’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 청년협동조합 뒷북
문화기획자를 양성하는 ‘문화기획 찍어먹기’.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의견을 내놓는다. ⓒ 청년협동조합 뒷북
뒷북을 쳐도 잘만 치면 될 일
“한 간담회에서 만난 나이 지긋한 참가자분이 대뜸 ‘뒷북이 부정적인 의미로 느껴진다’고 하시는 거예요. 나보다 먼저 누군가가 북을 쳤기 때문에 내가 뒷북이 된 거고, 북을 치는 속도는 상대적인 거잖아요. 저희는 앞북이든 뒷북이든 상관없어요. 각자만의 속도와 리듬대로 북을 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2021년까지 3년간 이사장을 맡아온 김영글 씨는 설립 멤버로서 뒷북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실제 뒷북의 탄생 배경은 이러하다. 북카페 조성을 위해 이름 짓기 공모전을 냈고, 이때 나온 이름이 ‘뒷북’이다. 대로변이 아닌 뒷골목에 위치해 ‘뒷동네 북카페(뒷북)’라고 지은 것. 뒷북의 기획들은 다소 튀는 이름 덕에 주목받았다.
심부름센터처럼 일정액의 수수료를 받고 운영되는 ‘뒷부름센터’는 뒷북 네트워크를 통해 소개받아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행 중인 의뢰인을 대신해 반려동물을 돌보는 펫시터부터 학생들을 인솔하는 여행보조교사, 맛깔난 문체로 동화책을 번역하는 번역자까지, 평소 접해보지 않은 직업군을 체험해보는 기회로 삼고 있다. 뒷북의 살롱모임인 ‘오리너구리 소셜클럽’도 브레인스토밍으로 탄생한 이름이다. 오리너구리는 포유류지만 유전자상으론 조류와 파충류가 섞여 있는 특이한 동물로, 뒷북의 평범치 않은 활동과 어울린다는 것이 이유다.
누군가 해보고 싶은 일이 생기면 조합원들에게 제안하고, 서너 명이 동조하면 그대로 진행한다. 그렇게 커뮤니티가 생기고 또 사라지기도 한다. 뒷북은 개인의 욕구가 바로 실현되는 곳이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만 하는 일의 간극에서 괴로워하지 않아도 되니, 자신의 영혼을 갈아넣을 만큼 프로젝트에 열정을 쏟을 수 있다.
청년 이야기꾼, 동네 소식통이 되다
대화를 이어가면서,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에 여러 번 시선이 꽂혔다. 맨땅에 헤딩하며 뒤로 굴러온 시간, 현실의 벽에 부딪혀 아파한 청춘의 성장기가 책으로 출간된 것. 뒷북에선 정기 간행물 <뒷구르기>와 <내손동>을 발간하고 있다.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잡지가 <뒷구르기>라면, <내손동>은 뒷북이 엉덩이를 붙이고 사는 내손동의 소식을 깨알같이 담고 있다.
“언제나처럼 모두가 모여 이름을 정했어요. 떠오르는 대로 막 던진(?) 이름 중 하나가 뒷구르기였어요. ‘뒤로 굴러도 잘만 구르면 된다’는 우리의 신념이 오롯이 담긴 책이랄까요? 글 좀 쓰고, 그림 잘 그린다는 금손 친구들을 알음알음 소개받아 1년에 두 번 책을 냈죠. 매호 주제를 정하는데, 돈, 사랑, 이별, 덕후, 소수자 등 청년들이 안고 있는 문제와 관심사를 주로 다루죠. 주제에 따라 필자의 글 톤이 달라지는 게 재밌는데, 덕후의 행복을 표출하는 대목에선 저마다 텐션이 높아지더라고요(웃음).” <뒷구르기> 제호를 만든 구가온 이사장은 청년들의 생각을 읽고 삶의 방식을 구경하는 재미에 빠져 벌써 4년 넘게 책을 만들고 있다. 각 호별 특집을 한데 엮은 애장본은 뒷북에서 가장 아끼는 책이라며 테이블 위로 쓱 건넨다.
편집팀의 땀과 열정이 녹아 있는 잡지 <뒷구르기>는 2021년부터 뒷북 블로그에서 온라인으로 연재되고 있다. ⓒ 청년협동조합 뒷북
<뒷구르기> 이미지와 관련 티셔츠 ⓒ 청년협동조합 뒷북
동네잡지 <내손동>은 의왕시 문화특화지역 조성사업인 ‘갈미문화마을사업’의 일환으로 1년에 한 번 발행된다. 김밥집 사장님이 추억하는, 사당에서 총알택시를 타고 들어와야 했던 40여 년 전 두메산골 같은 내손동의 옛 모습부터 오래된 컴퓨터 가게에서 노년의 아버지와 아들이 살아온 지난한 이야기까지, ‘요즘 애들’도 공감되는 사람 냄새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의왕시 전체가 재개발로 들썩이지만, 그중 내손2동은 재개발의 중심에 서 있다. 편집부는 주민들의 삶의 궤적이 켜켜이 쌓인 동네 구석구석을 헤집으며 시간 기록자가 되기로 했다. 추억을 회상하며 만든 칼럼 ‘기억 속 동네’를 통해 사라진 동네를 일러스트로 박제(?)했고, 2021년에 열린 <갈미문화마을 사진공모전> 수상작을 지면에 할애해 주민들의 눈에 비친 내손을 담았다.
<내손동>은 갈미문화마을사업에 동참한 단체들과 주민들, 동네 카페와 도서관 등 마을 곳곳에 배포된다. ⓒ 청년협동조합 뒷북
<내손동> 잡지 출간 기념회. 내후년이면 사업이 종료돼 <내손동>의 앞날이 불투명하지만, 어떤 식으로 계속 끌어갈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 청년협동조합 뒷북
장애 감수성을 높이는 조금 특별한 활동
자신의 욕구에서 비롯된 뒷북의 프로젝트는 우리 동네를 넘어 나와 연령대가 비슷한 발달장애 청년에게로 옮겨갔다. 100가구당 한 가구, 아파트 1개동에 한 집꼴로 발달장애인이 함께 살고 있는 지금, 이들의 목소리도 외면하지 말자는 게 뒷북의 생각이다. 2016년, 장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자 시작된 ‘조금 다른 운동회’는 현재 사업체로 추진 중이다. 눈을 가린 후 소리가 나는 공을 이용해 상대편 골대에 골을 넣는 ‘골볼’, 안대를 쓴 채 점자판을 읽고 색판을 뒤집는 ‘점자 색깔 뒤집기’ 등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의 입장에서 스포츠를 즐기고 나면 비로소 장애의 불편함을 공감하게 된다. 직장인들의 필수교육사항 중 하나인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이 2018년 법제화되기 전부터 뒷북은 지역의 장애 감수성을 높이는 일에 목소리를 내왔다. 장애 관련 단체가 아니어도 충분히 장애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보통 초등학교 때 장애 인식 교육을 접하는데, 지루하고 기억에 남지 않았던 것 같아요. 안대를 쓰고 걷거나 영상을 보는 게 전부였죠. 최근 장벽 없이 문화를 즐길 수 있는 ‘베리어 프리(Barrier Free)’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어요.”
2017년에는 아산사회복지재단의 발달장애 기획공모 ‘쉐어블 프로젝트’의 주관 단체 중 하나로 선정됐다. ‘쉐어블(Share+able)’은 ‘나누면 가능하다’는 합성어로, ‘뒷북이 가진 자원을 나눠 발달장애 청년들이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이웃이 되어주자’라는 의미를 담았다. 한 달에 한 번, 발달장애 청년과 비장애 청년들이 모여 ‘뒷동네 보드게임방’을 진행하고 있다.
청년이 살기 좋은 지역사회 만들기
뒷북은 설립 초기부터 의왕시에 청년 정책 부재에 대해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의원과 시장 후보들에게 청년 정책 제안서를 전달했다. 그 열매로 2019년 7월 의왕시 청년 기본조례가 제정됐고 의왕시에 청년 전담 부서가 꾸려졌다. 2022년 의왕시청년협의체 위원으로 활동 중인 구가온 이사장은 뒷북을 대표해 청년 정책에 의견을 제시하고 결정 과정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또한 정책 사각지대에 놓인 비진학 청년들의 고민을 함께 나누며 진지한 물음을 던져왔다.
의왕시장과의 만남을 통해 의왕시에 꼭 필요한 청년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 청년협동조합 뒷북
“대안학교 졸업생들은 일반 교육과정을 마친 학생들보다 진로에 대한 정보나 인적 네트워크가 상대적으로 약해요. 지역에서 다양한 커뮤니티를 만들고 정보를 아카이빙해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비진학 청년이 차별당하고 있다고 느낀 적이 있는데, ‘대학생 행정 아르바이트’ 구인 정보가 대표적이었어요. 대학을 가지 않더라고 자격(예를 들어 타자 500타 이상)만 된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인데, 청년 하면 대학생을 떠올리는 게 현실이에요.” ‘왜 대학을 가지 않느냐’는 질문이 당연하지 않은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김영글 씨의 말에 드라마 <미생> 속 장그래가 현실에도 존재하길, 수많은 미생이 완생을 꿈꾸는 사회가 되길 바라본다.
새로운 작당으로 지역 문화의 격을 높이다
뒷북은 사회적 관계 맺음을 통해 지역과 청년을 연결하고 지역 문화의 질을 높이는 데 일조하고 있다. 지역의 다른 시민단체들과 함께 기획한 ‘갈미한글축제’가 바로 그것. 의왕시 유일의 주민 주도 축제인 ‘갈미한글축제’가 코로나 이후 3년 만인 지난 10월 9일에 열렸다. 뒷북에서 준비한 ‘자음모음 보물찾기’를 비롯해 이하루 작가의 한글 캘리그라피 퍼포먼스, 순우리말 문제풀이 등 한글을 주제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코로나 이후 3년 만에 대면 행사로 개최된 ‘제9회 갈미한글축제’. ⓒ 청년협동조합 뒷북
2021년부터 3년간 진행되는 ‘갈미문화마을사업’에도 뒷북이 힘을 보태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특화지역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이번 사업에는 내손동의 16개 단체들이 함께 하고 있다. 뒷북에서 진행하는 ‘문화기획 찍어먹기’, 동네잡지 <내손동>도 있고, 그중 ‘1제곱미터’는 1㎡ 공간 안에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사업으로, 전시장 문턱을 낮춰 택배 트럭 한 귀퉁이, 재활용 분리수거장의 한쪽 벽면 등이 어떻게 아티스틱하게 변했는지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1㎡ 공간에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1제곱미터’. 동네 곳곳에서 작품을 만날 수 있다. ⓒ 청년협동조합 뒷북
주민이 직접 작품에 참여할 수도 있다. 구가온 이사장이 그림을 그려 보인다. ⓒ 심민아
굴러라 굴러라, 모두의 청춘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뒷구르기> 책장을 촤르르 펼쳤다. 몸서리치게 공감되는 대목에 밑줄로 화답했다. ‘맹숭맹숭한 삶도 있다. 특별히 뭔가를 사랑하지 않는, 모든 것이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삶이 있는 것이다. 비욘세나 패리스 힐튼의 삶에 비교하면 우리 같은 무지렁이들의 삶이 재미없어 보일 수도 있다.’ 이미 청춘을 지나온 세대지만, 그 시절 고뇌 가득한 청춘으로부터 위로받은 기분이 들어서 울컥했다. 젊어서 이런이런 스펙을 쌓아야 한다고, 끝없이 승부욕을 조장하는 과잉 경쟁 시대에,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바라보고 지역 사회에서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려는 진지한 노력들이 청년들을 빛나게 만든다.
‘20대의 청춘을 이곳에서 보냈다’는 어느 조합원의 말이 가슴에 날아와 박힌다. 청춘과 맞바꾼 뒷북.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한 문장으로 귀결된다. 의왕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이웃 도시(안양, 군포)에 비해 문화적으로 열악하지만, 뒷북은 이런 결핍을 성장의 동력으로 삼고 있다. 오히려 도전할 꺼리(!)가 많아 즐겁다고 달뜬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오늘도 지역 문화의 수준을 한 뼘 더 높일 새로운 작당을 모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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