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면 노란 꽃으로, 가을이면 붉은 열매로 물드는 동네. 경기도 이천 산수유마을에서 특별한 이들을 만나고 왔다. 그저 자연이 좋고 문화가 좋아서 지역에 자리잡게 된 청년농부들이 그 주인공. 요즘 같은 시대에 청년농부라니 만나기 전부터 이들이 어떤 생각을 지니고 있는지, 지역에서의 생활은 어떠한지 사뭇 궁금해졌다. 자연과 식물을 모티브로 문화 예술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역의 청년농부들 나아가 지역 어르신들과 함께 소통하고 문화를 나누고 있는 <초록놀이터> 강응열 대표와 조우석 팀원의 이야기에 지금 주목해보자.
Q. 간단한 본인 소개와 현재 하시는 일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A.(강응열) 저는 이천의 청년농부이자 초록놀이터의 공동대표, 2019 청년문화우리 ‘케이팜스타’의 주기획자 강응열입니다. 저는 과거 정원사 일을 하다가 자연 그리고 식물이 좋아서 이곳으로 자연스럽게 귀농을 하게 되었는데요. 현재는 벌꿀 농사를 지으면서 문화 기획을 겸업하고 있습니다.
A.(조우석) 안녕하세요. 저는 경기도 이천의 한우농가에서 일하고 있는 34살 조우석이구요. 이번 청년문화우리 케이팜스타의 운영 팀원으로 참여했습니다!
Q. 초록놀이터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강응열) 초록놀이터는 ‘자연, 예술, 교육, 마을’이라는 키워드로 활동하는 비영리 문화예술단체입니다. 식물과 자연을 모티브로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과 교육,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죠. 이러한 기반을 통해 지역 안에서 문화예술 공동체를 형성하고, 주민들의 일상에 문화예술이 스며들게 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초록놀이터는 정원미술창작소나, 씨딩 디아트(Seeding the art)와 같은 식물 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으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마을과 지역을 중심으로 성인 예술 공동체를 만들어 내는 ‘우리동네예술프로젝트’나 경기지역특성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마을과 지역을 담아내는 단계로 발전하였고요.
그렇게 찾아가는 문화향유프로그램, ‘신나는 예술여행’에서도 지역의 예술인과 소재, 스토리를 담아내는 지역협력특화 프로젝트인 ‘우리동네 뒷동산 색깔전’을 기획, 운영함으로써 지역에 녹아 드는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수행하였습니다.
우리 지역의 ‘농촌’이 가진 특성에 집중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했는데요. 농촌청소년이 농촌에서만 가능한 문화예술을 경험하고 이것을 다시 지역과 나누는 ‘배워서 남주는 농촌문화학교’ 그리고 우리 청년농부들을 중심으로 농촌청년들의 문화 모임인 청년문화우리 ‘케이팜스타’가 바로 그 활동의 결과물인 것 같습니다.
Q. ‘케이팜스타’ 프로그램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현재 만족도는 어떠한가요?
A. (강응열) 우리의 현실은 어딘가 남다르고, 매체나 다른 이들은 크게 성공한 청년농부에게만 주목하는 것 같아요. 저희는 그런 대단한 농부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어도 평범하고 수더분한 모습 안에서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고, 개성을 반짝이는 청년농부들을 발견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우리는 지역에서 가장 청년다운 청년들, 농부다운 농부들을 모아, 평범을 미덕으로 삼고, 존재 자체를 즐기도록 독려하고 싶었다고 할까요? 그 도구이자 핵심은 ‘문화’였고요.
그래서 ‘문화’를 어떤 콘텐츠로 구성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의 답도 결국 평범함이었던 것 같아요. 청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이야기’와 농부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농산물’을 활용하게 된 거죠. 그렇게 자신의 이야기와 농산물을 재료로 문화 콘텐츠를 만들고 그 결과물을 지역민들에게 선보이는 ‘청년농부 문화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A.(조우석) 프로그램의 만족도를 물어보신다면 제 대답은 ‘매우 만족’입니다. 인근의 청년농부 친구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제 일상이 전과 달리 활력이 넘치게 되었으니까요.(웃음)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움에 대해 도전하게 되면서 제 삶이 긍정적으로 발전해 나가는 단계에 있는 것 같아요.
Q. 지역 주민들과 함께 한 프로그램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일은?
A.(조우석) 이번 ‘케이팜스타’에서 청년농부들의 직접 키운 농산물로 음식을 개발하는 ‘주방’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요. 제가 원래 요식업을 종사하다 농부로 전업해서 그런지 요리에 대한 갈망을 풀 수 있던 시간이 된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기억에 참 많이 남아요. 지역주민들에게 칭찬과 격려도 들어서 보람도 많이 느꼈고요!
Q. 청년문화우리 사업 이후 달라진 점, 혹은 좋아진 점이 있다면?
A.(강응열) 주민들과 청년농부들이 만났다는 것 자체가 보람차고 좋은 것 같아요. 아무래도 이전에는 지역주민들이 청년농부들의 존재를 잘 인식하지 못했고, 농장에만 갇혀 주변에 눈 돌리기 어려운 청년농부들에게 지역주민들은 매우 낯선 존재였는데, ‘케이팜스타’가 이 둘을 연결해주는 매개체가 되어준 것 같다고 할까요? (웃음)
또한 개인의 측면에서 청년농부들은 토크콘서트를 준비하며 잃었던 자아를 발견하기도 하고, 해소와 치유를 얻을 수 있었어요.
결국 지역주민들은 자신들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지역의 소재로 구성된 청년문화모임에 초대받아 새로운 경험과 즐거움을 누렸고, 우리 지역의 문화예술적 소재들을 인식하고 지역의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희는 생소한 분야였던 청년농업에 대한 시각이 확장되고 우리들만의 청년문화콘텐츠를 축적하게 된 것이고요.
A. (조우석) 사람이 남은 것 같아요. 함께 교류하고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지역의 젊의 농업인들을 알게 되었고 또 저희를 이해해주고 관심을 주시는 지역주민들이 남았으니까요.
Q. 지역에서 청년이 가지고 있는 힘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강응열) 청년들의 힘은 지역의 다른 구성원들은 손대지 않는 부분을 건드리는 과감함에 있다고 생각해요. 세상은 이미 잘 된 것에 주목하고, 완성으로 나아가는 것을 독려하지만 청년은 잘 될지 안 될지 모르는 불확실한 것을 향해 가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경향이 있죠. 완성을 위한 과정들을 밟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의미를 지닌 과정들이 쌓여 완성이 되는 것 같아요. 이런 모습들을 통해 지역에 특이하고 특별한 문화를 형성하고 쌓이고 쌓여 지역문화의 다양성을 만들게 되고요.
Q. 개인적으로 남는 아쉬움이 있다면?
A.(강응열) 대체적으로 너무 만족하지만 모두 본업인 농사일이 많다 보니 모이는 시간이 조금 부족했던 것 같아서 아쉬움으로 남아요. 2020년에는 저희 모두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함께 만나 이야기하고 기획하는 시간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초록놀이터’ 모임이 개인 마음 속 우선 순위 15위정도에서 5위정도로 올라가길 바란다고 할까요? (웃음)
Q. 올해 계획 혹은 목표가 있다면?
A.(조우석) 청년농부와 농촌을 중심으로 지역에 새로운 문화를 계속해서 만들어 나가고 싶어요. 작년에 청년문화의 씨가 뿌려졌다면 올해는 크게 성장하게 해볼 계획이에요. 농촌 특유의 자연스럽고 건강한 소재들로 구성된 다양한 문화 콘텐츠들을 저희 지역에 충분히 흡수 되게 하고 싶어요. (웃음)
또한 2019년의 경험과 데이터들을 잘 활용해 청년농부 팝업스토어를 열어보고 싶기도 하고요. 농촌만이 가진 문화의 소재들이 얼마나 다양하고 건강한 것인지 많은 지역주민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 문화모임도 만들고 싶습니다.
Q. 본인이 생각하는 지역문화란?
A.(강응열) 지역문화는 지역에 숨겨진 스토리와 소재를 끄집어내어, 거기에 특별한 가치와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청년문화우리처럼 지역에 숨겨진 청년농부들의 인생 스토리와 재능, 그리고 그들의 농산물처럼 지역에 숨겨져 있던 소재들을 밖으로 가지고 나와, 보기 좋고 즐기기 좋게 문화콘텐츠로 가공해내면서 가치를 부여했으니까요. 또 지역주민들과 청년농부들이 서로를 만나고 이해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어 지역민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역할 역시 했고요. 이런 것들이 쌓여 지역문화콘텐츠와 지역의 정체성이 되고, 지역의 브랜드로까지 자라게 될 수 있는 힘이 되는게 아닐까요?
A.(조우석) 지역문화는 지역이 가진 다양한 가치들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역이 가진 가장 평범하고도 또 한편으로는 특별한 소재들을 잘 끄집어내 문화 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으니까요.
잠깐이 아니라 오랜 시간, 지역주민들과 교류하며 문화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싶다던 그들의 목소리에서 지역 그리고 문화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2020년 그들이 말한 목표를 꼭 달성하길. 나아가 문화기획자로써 한 걸음 더 성장하길 바라본다.